진회숙 『우리 기쁜 젊은 날』
이 책은 이름도 빛도 없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오마주다.(p7)
『우리 기쁜 젊은 날』, 진회숙, 삼인
시대는 개인의 삶을 규정한다. 1975~1980년, 시대의 요구 앞에 개인의 기질과 욕구는 부차적인 것으로 방치되던 시절. 군부독재로 신음하는 시대를 외면할 수 없어 자신의 몸을 찢어 시대의 진창을 건너고자 했던 청년들의 이야기. 『우리 기쁜 젊은 날』은 한 개인의 회고담이자 한 시대의 증언집이다.
그 시대는 군부독재의 암흑기였고 어둠을 몰아낼 빛을 찾으려 먼 길을 떠난 이들은 ‘역사 발전의 불쏘시개’가 되어 산화한다. 저자는 그렇게 스러져 간 이들을 소환하여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준다. 폭력 앞에 몸도 신념도 존엄도 지킬 수 없었던 좌절과 공포와 고뇌의 모습을 복기하여 잊힌 시대를 생생하게 재생한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세상 밖으로 내쫓긴 이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억하며, 그 야만의 시대를 증오하며.
저자는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할 용기도 의지도 없어 운동권 주변 인물로 초라한 정의감을 보상’ 받으며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글로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자격지심에 선뜻 글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기꺼이 시대를 앓으며 열정과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눈 우리 세대의 작은 전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쓴 저자의 헌사가 새삼스럽다.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를 기록하며 국정농단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시대를 우리는 지나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시대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고 있는지, 훗날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떤 목소리로 증언하게 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 기쁜 젊은 날’을 통해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결국 이 시대를 가장 현장감 있게 기록하는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다양한 주변 인물에 대한 세세한 서술은 저자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시대에 밀착한 채 세상과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익숙한 유명 인사들의 이름과 그들 젊음의 한 때를 스케치한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쏠쏠한 즐거움이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소박하며 진솔한 표현력은 이 책을 술술 읽게 하는 비결이다.
‘불의와 맞짱 뜨는 청년들의 용감한 몸짓만큼 한 시대를 빛나게 만드는 것이 달리 또 있을까’라는 작가 유시민의 말처럼, 시대의 어둠에 저항하며 살았기에 저자의 청춘기는 ‘기쁜 젊은 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