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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Sep 20. 2024

상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두부 인터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었지만 병역거부자의 숫자는 늘지 않았다.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하면 예나 지금이나 평균 5명 정도. 대체복무가 지나치게 징벌적인 까닭도 있을 것이고, 평화주의자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한국 사회가 여전히 ‘병영국가’인 탓도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병역거부 하면 무조건 구속되는 시대는 아니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에서 병역거부자들은 또 어떤 고민을 이어갈까? 평소 병역거부자 상담을 꾸준히 하지만, 좀 다른 관계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여러 병역거부자들 중 두부(김민형)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건, 그가 대체복무마저도 거부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병역거부의 시기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의 터울을 두고 병역거부자들의 생각과 고민이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지 보고 싶었다. 활동가로서의 전망이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20년 전에도 2024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7월 2일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이후 두부는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한베평화재단 활동가이다. 이 인터뷰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지원으로 진행되었고,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홈페이지(짧은 버전)에 실렸다. 


2024 기후정의행진에서 다이인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두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김민형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아직은 대학생입니다. 학생이고,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에 처음 활동을 시작해 지금 이제 1년째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 영화제도 하나 같이 성사를 했습니다. 영화제 자원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제가 일단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관도 좋아하고,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좋아하는 게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서울인권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랑 다르게 같이 영화제를 아예 처음부터 준비해 나가는 걸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함께 좋아하는 영화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또 이런 영화들로 어떠한 사회운동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어서 활동을 결심했던 것 같아요.


서울인권영화제가 “영화로서 사회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잖아요. 사회운동에도 원래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


영화제 자원활동 하기 전에도 사회운동 혹은 사회 활동을 쭉 해왔어요. 관심 있어했고, 그리고 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에서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2024 서울인권영화제 GV 진행을 하고 있는 두부(가장 왼쪽)


그러면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어요? 혹은 사회운동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든지


처음에는 사실 다들 비슷할 수 있겠지만 사회운동을 해야겠다 해서 뭔가를 시작했던 건 아니에요, 이런저런 사회적인 의제라든가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서 강의도 듣고, 찾아다니다가, 평화, 통일을 운동으로 삼는 동아리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곳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게 됐어요. 제가 파주 문산이라고, 북한 바로 아래에 있는 곳에 살아서 그런 평화, 통일 이슈에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좀 있었고, 그런 게 잘 맞아서 활동을 좀 하게 됐고, 이후에는 이제 학내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사회문제는 어떻게 관심 갖게 됐어요? 어떤 삶의 경로로 이런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됐는지


어렸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사람을 굉장히 좋아했고, 제가 있는 공간을 좀 좋게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계속했었거든요. 어렸을 때 하는 직업 검사 같은 거 있잖아요. 성격 유형 검사하면서 직업 추천 이런 거 나오는 거 보면 항상 사회복지사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살다 보니까 매주 사회복지사님이 오셔서 그런 것들이 좀 익숙하기도 했고. 


그래서 뭔가 ‘내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럼 그걸 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사란 직업을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사회복지사 일만으로는 좀 어렵겠다, 사회복지 정책 연구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사회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강연도 찾아다니고 활동도 참여하고 하다 보니까 이제 그런 과정 속에서 굉장히 실천적인 활동을 하는 동아리랑 만나게 된 거죠.


근데 직접 해보니까 일단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활동적인 걸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좀 몸에 맞기도 했고, 그래서 그때부터 사회운동이나 사회적인 실천과 어떠한 연구를 하는 것 중에 어떤 것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도움이 더 될까 고민을 했고, 사회운동이라는 것을 꾸준히 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겠다, 깨닫게 되었죠. 처음에 접했던 게 그런 뭔가 평화, 통일, 또는 노동 이런 운동을 했다면 나중에는 이제 페미니즘이라든가, 기후, 동물권 그런 분야에까지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병역거부는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대학교 가기 전에 병역거부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병역거부는 제 기억으로는 대학교 가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어요. 이제 병역거부가 완전히 뭐랄까 제 기억 속으로 들어오게 됐던 거는 (대체복무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 병역법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났을 때 뉴스를 보면서 병역거부라는 것이 완전히 제 기억 속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그때도 이미 자연스럽게 병역거부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있었거든요. 이전에도 병역거부가 감정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로 꾸물꾸물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군대에 대한 고민을 그래도 어떤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잖아요. ‘나는 병역거부 할 거야’라든지, ‘나는 카투샤 가야겠다’라든지, 이런 군대에 대한 고민들은 어떻게 해 왔나요?


아마 병역거부의 고민과도 이어질 것 같은데, 저는 할아버지가 일단 해병대 출신이시고, 한국전쟁 참전을 하셨었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군대에 꼭 가야 되고, 군인 정신 이런 것들을 교육을 받으면서 살았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워낙 군부대가 많아가지고, 특히 문산이라는 곳에 군부대가 많아서 등하교할 때도 항상 총소리라든가 포소리를 들으면서 등하교를 했어요. 제 주변에도 군인 부모를 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래서 저는 대학교에 갈 때까지만 해도 군부대가 전국에 다 있는 줄 알았어요. 정말 20살 되고 대학생 되고 알았어요. 그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그때는 군대라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제 일상에 있다 보니까 뭔가 군대라는 특성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는 군대는 당연히 가야 되는 거고 그럼 당연히 가야 되는 군대를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까 저는 특전사를 가야겠다. 특전사를 통해서 다양한 뭔가... 힘든 것도 좀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해야겠다고 처음에는 생각을 하고, 지인들한테도 “나는 특전사 갈 거다.” 그럼 주변에서 “너 왜 그러냐, 왜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냐,”고 말했죠. 


대학에 들어온 뒤에 조금 군 입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거네요?


평화, 통일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그때 평화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군대라는 곳의 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그래서 아까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군대는 당연히 가야 되는 곳, 그냥 일생에서 한 번 거쳐야 되는 어떠한 퀘스트 같은 느낌이었다면, 평화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고서부터는 이제 군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병역거부로도 이어지고.


그때는 근데 병역거부를 해야겠다고 완전히 확정 지었던 것도 아니었고, 속으로 되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뭔가 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때 활동했던 곳에 저 또래 남학생이 별로 없기도 했어요. 그리고 평화에 대한 관점도 다들 좀 다르다 보니까... 군대 자체에 대해서 거부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 선배들도 되게 많았고, 예를 들면 함께 남북 군사 훈련을 해야 된다라든가, 자주국방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제가 생각해 왔던 평화와는 되게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바랐던 건, 제가 바라는 평화는 저만 평화로우면 되는 게 아니고 제가 있는 공간만 평화로우면 되는 게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물론 남북 군사훈련을 한다고 우리만의 평화다, 라고 이렇게 딱 잘라서 말하는 거는 아니지만은. 어쨌든 저는 우리 모두가, 지구에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어떻게 하면 평화로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모두가 총을 내려놓고 군대라는 집단이 사라지고, 그런 것이 진정한 평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진정한 평화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검과 총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놓고 서로 견제하는 방식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울 수 있지만은 속마음이 전혀 평화로울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불안감마저도 없는 평화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병역거부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병역거부는 어쨌든 계속 마음 가진 상태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가 그 동아리를 나오게 되면서 ‘병역거부 해야지. 병역거부에 관심을 좀 더 가져봐야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때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또 있었보니까 빨리 군대를 갔다 와서 빨리 다시 활동을 해야지 이런 생각이 좀 조금 있었거든요. 병역거부도 마음이 있었지만 뭔가 군대를 빨리 갔다 와야 되나?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런 생각도 물론 있었는데, 동아리를 나오고 나서 뭔가 내가 정말 바랐던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역거부에 좀 더 초점을 가지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찾아다녀보고 그렇게 됐고.


학생운동, 어쨌든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서 굉장히 뜻깊었던 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그런 것들이 다 군대와 전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예전에는 군대 문제라든가 전쟁과 평화 이런 것들의 관점에서 병역거부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가부장제, 기후위기, 동물권처럼 되게 다양한 사회적인 사안들이 병역거부와 연결되어 있구나를 깨달아가고, 그래서 제가 병역거부를 해야겠다는 이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병역거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어려웠나요? 혹은 좀 고민이 있었나요?


어려움이라고 한다면은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저는 사실 운이 좋게도 가족들이나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어떤 거를 할 때 그렇게 반대를 한다거나 그런 게 없어가지고. 물론 우려는 하시는데... 그리고 약간 제 성향 하고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군대 갈 거니까 특전사 가야지, 이런 것처럼 뭔가를 할 때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일,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꼭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딱 잡혔을 때는 주변에 어려움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행인, 정말 운이 좋은 성격인 거죠.


한국은 지금 대체복무제가 있잖아요. 병역거부를 하면 대체복무를 하시나요? 


아니요. 아마 안 할 것 같습니다. 대체복무... 아까도 군대 자체에 대한 고민이 좀 있다고 했었는데, 어쨌든 각 나라라든가 어쨌든 군대가 이렇게 퍼져 있는 것이 저는 되게 시간초를 누르지 않는 시한폭탄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거든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언제든지 뭔가 마음속의 불안을 계속 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복무가 병역법에 의하면 군대 병역의 한 종류로 되어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이게 나는 군대 자체에 대해서(고민하는 거고), 뭔가 군대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고, 군대라는 병역 의무 자체를 안 하겠다는 건데, 대체복무를 하는 것은... 뭔가 ‘군사훈련을 안 받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대체복무를 한다면) 결국에는 내가 군대에서, 군대라는 제도 안에서 무언가를 했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들어서 대체복무도 거부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대체복무가 군 복무 중에 하나로 들어가 있고 대체 심사위원회도 병무청 소속이고 이러는데 다른 나라들처럼 완벽히 독립된 민간기구로 대체복무가 정부 직제에서도 분리되어 있고 업무에 있어서나 이런 것도 군의 관리 감독이나 감시를 전혀 받지 않고 이런 대체복무라면, 이런 대체복무를 하면은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바라는 건 군대 조직이 축소가 되고, 더 나아가서는 군대라는 것 자체가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대체복무라는 것이 정말 군대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 군대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좀 고민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쟁의 양상들이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고 다양한 첨단 무기라던가 AI라든가 그런 것들이 발달이 되면서 군대에 정말 병력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속에서의 군대라는 개념 자체가 약화되고 축소되는가? 라고 봤을 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 군대라는 것이 전쟁과도 연결돼 있지만 굉장히 사회적으로 사회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고, 군대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맥락들이 있는데, 그런 전쟁과 군대라는 개념들이, 인식 자체가 줄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군인 숫자만 줄어든다고 해서 정말 군대에 대한 뭔가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고 군대가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까?’라고 생각하면은 조금 의문이 드는 것 같아요. 다른 형태의 군대라든가 다른 방식의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대체복무가 만약에 군대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군대 대신에 가는 활동의 대체복무라고 한다면은 어떤... 그렇다고 하면은... 군대라는 고민을.... 약간 어렵네요. 이걸 정확히 어떻게 표현할지.


대체복무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대체복무까지 거부를 한다는 거는 일단 대체복무는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거고, 대체복무를 신청하지 않으면은 모두가 알다시피 자연스럽게 입영영장이 나오게 되고, 사실 저도 입영 영장을 이미 두 번이나 받았거든요. 여러 이유로 미뤘지만. 그리고 그 입영영장이 나왔을 때 입대해야 하는 날짜에 가지 않으면 그때 형사 재판으로 넘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속이 될 수도 있겠죠.


현 대체복무제가 기간도 3년이고 징벌적이어서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건 전과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체복무도 거부하면 이후에 전과자로 계속 살아가야 되는데 거기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감 이런 건 없으세요?


사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은 별로 없어요. 일단은 일반적인 사기업이나 아니면 공기업에 들어갈 생각이 애초에 없기도 했었고, 만약에 활동을 한다고 해도 이런 저의 병역거부라는 활동과 가치가 맞는 활동들을 앞으로도 쭉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가지고, 아마 병역거부 전과가 문제가 되는 곳에서는 일을 안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전과가 생긴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두려움이라든가 걱정은 따로 안 생기더라고요.


감옥 생활은요? 병역거부자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감옥 생활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거기에 대해서도 큰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어요?


제가 일단 좀 낙천적이어서. 막 들이닥치지 않으면 크게 생각을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 언젠가 생각을 해야 되겠죠. 들어가게 되면 실제로 경험할 일이고. 근데 뭐 별 수 있나요? 그런 걱정보다 병역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지, 힘들면 힘든 대로, 운이 좋게도 괜찮으면 정말 다행인 거고. 그래서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좀 들어보고 찾아보고 해 볼 생각입니다.


병역거부가 입영영장이 나왔을 때 이 입영을 거부하는 실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옥에 갔다 오든 대체복무를 하든 군문제가 어떻게든 다 해결되고 난 다음에도 평화주의자로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라고 생각해요. 병역거부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사실 딱히 병역거부자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고, 제가 바랐던 거는 정말 사회복지사가 처음 되고자 했던 것과도 이어지는데, 그냥 사람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다양한 존재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그리고 그런 게 저는 재밌고. 그래서 앞으로 그런 활동들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병역거부는 그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병역거부를 한다고 해서 뭔가 이제 병역 거부자로서 살아간다라는 개념보다는, 그냥 제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삶의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스스로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생각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네요. 혹시 구체적인 계획도 있나요?


구체적인 계획은 사실 없어요. 이 병역거부가 진행되는 기간이 전혀 예상이 안 돼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어쩌면 정말 짧을 수도 있지만, 당장 이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다양한데, 사회복지사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독립예술영화관이 없는 곳에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단순히 영화관을 넘어서 그 지역의 어떤 공동체를 이루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요. 영화라는 매체로 뭔가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곳,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가볍게 해보기도 하고.


사실 제가 크게 미래를 엄청나게 계획을 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큰 줄기의 방향성만 잡아두고 그때그때 가서 좀 정하는 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고, 상상되는 게 많으니까 뭘 하나 정할 수 없기도 하고.


2022년 전쟁없는세상 평화캠프


병역거부가 약간의 두려움은 있을 수 있어도,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두부님한테는 신나고 즐거운 일이겠네요.


저도 그런 표현을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하거든요. 그렇죠. 감옥, 그리고 또 감옥과 이어진 대체복무... 그곳의 생활이 너무나도 사람들마다 다르고 지금 감옥에 있는 사람들도 꼭 병역거부가 아니더라도 정말 다양한 이유로 감옥에 있죠. 그거를 마냥 “즐겁다, 신난다”라고 제가 입 밖으로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사실 저는 그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일로 생각하려는 거 같아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 그것 때문에 병역거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걸 하면 즐거워지고. 그거는 꼭 누가 알아주지 않고,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제가 재미있어하고 제가 신나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게 약간 특별한 일이라면 되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 병역거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볼게요.


일단은 저는 병역거부도 중요하지만 졸업이 중요해서 이번 연도까지는 학교를 다닌 다음에 아마 내년부터 병역거부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뭔가 이어지지 않을까. 근데 사실 병역거부라고 해서 뭘 제가 엄청나게..., 병역거부에 대한 담론들을 이렇게 공부도 하고 많이 알아봐야 되긴 하는데, 일단은 입영영장이 내년에 나오면 그때부터 또 재판 과정이 진행될 것 같고, 또 재판에 들어가면 또 준비할 것들이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전까지는  병역거부에 대한 뭔가 저의 마음이라든가, 그런 개념이라든가, 그런 논리들을 좀 더 장착하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병역거부는 되게 개인의 행동이고 개인의 삶이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잖아요. 병역거부를 통해서 한국 사회 혹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병역거부를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라... 일단 그냥 막 얘기해 보면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군대 자체가 없어지고, 이 세상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상적이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좌우명이 “이상을 현실로”거든요. 다양한 이상, 상상들을 현실로 해보자는 거예요. 근데 최근에 이상을 현실로 하는 것보다 이상을 상상하는 거부터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다양한 현실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세상을 접하면서 그중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아서 보니까 그게 이상적인 세상이더라고요. 병역거부를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군대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혼자 다양한 상상을 하다가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하니 제가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세계 어디선가 이야기되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상상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상적인 것들은 다 현실에 있고, 그 이상적으로 보이는 현실들도 누군가의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시작한 거니까요. 마음껏 상상하고 이상을 현실로 하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이상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방법이 미약하게라도 생각난다면 그건 불가능이 아닌 가능의 세계가 되는 거죠. 평화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자신만의 아주 이상적인 평화를 상상해 보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떠올려보세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거 같긴 한데 저 역시도 누군가의 평화 활동을 보며 이상을 떠올린 거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저의 병역거부와 다양한 평화 활동가들의 활동을 통해 이상적인 평화를 상상해 보고 현실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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