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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이 Mar 03. 2022

물의 맛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

대의 지성,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메멘토 모리』 너 두고 나 절대로 안 죽어

이어령 지음 / 김태완 엮음 / 열림원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지." _p.200


그해 여름,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마주한 죽음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집중치료실 유리문 너머 불빛과 기계 소리 가득한 공간은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 보였다. 대기실 문 옆에 걸린 중환자 이름이 적힌 화이트보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난 이들의 이름이 아침 면회 시간 전에 지워졌다. 휴일도 없이 눈부신 대낮에도 죽음은 찾아왔다. 항상 곁에 있으니 잊지 말라는 듯이.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이 이런 곳일까. 바깥에는 흐르는 시간이 병원 안에서는 무척이나 더디게 흘렀다. 타들어 가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이 너무 많았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한몸이라는 것을,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잊고 살아온 사실을 마주했다. 병원 복도를 서성이며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자꾸만 늘어났다.





질문 12 종교란 무엇인가요?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요?

세상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다 죽었어요. 그들 중에 죽음이 뭔지 알고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죽음이 두렵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면 종교는 없을 것이에요. 하지만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그 종교의 이름이 무엇이라도 마지막 질문은 죽음에 관한 것이 될 것입니다.     _p.39


온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다. 온 인류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종교, 신, 죽음에 대한 문제는 죽음과 대면했을 때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삼성 고(故)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직면해 정의채 몬시뇰 신부님에게 종교와 신과 죽음에 관한 스물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2021년,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는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이 그 질문에 대해 답한다. 이어령 선생의 답은 혼돈의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품고 있다.





36억 년의 세월을 태내 10개월 동안 되풀이

이병철 회장은 신의 존재를 증명해보라고, 그리고 사후의 문제를 물으셨는데, 태생학에서 그 답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는 저승과 이승 사이에 태내의 '그승'이 있다고 합니다. 태어나기 전의 그 무(無)의 세상을 알면 죽고 나서의 그 무의 저승을 짐작하게 된다고요.     _p.76


1부는 2021년 12월 <국민일보>에 게재된 글이다. 죽음에 당면한 이어령 선생의 입장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스물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비유, 스토리텔링, 상상력, 추리력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2부는 "노인이 할 수 있는 말이 어디 죽음 외에 딴것이 있겠소."라는 말에서 나아간 2019년 7월~10월에 진행된 기자와 이어령 선생의 대담이다. 지금 우리의 삶에서 이병철 회장의 스물네 가지 질문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인 생각과 느낌을 묻고 답한 내용을 담았다. "아인슈타인에게 '죽음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이야기에서 절묘하게 이어진다.





예정된 죽음은 공포가 아닐지 몰라요.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죽음, 느닷없는 공포가 정말 무서운 존재지요.     _p.192


3부는 2021년 5월의 대담을 수정 보완한 글이다. 인류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죽음은 끔찍한 일상이 되었다. 이 죽음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4부는 이병철 회장이 남긴 스물네 가지 질문을 끝마친 다음 이어령 선생과 나눈 영성에 관한 깊은 이야기다. 이어령 선생이 몸소 겪은 신앙 체험과 기도, 천국과 지옥이 무엇인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





질문하는 순간 이미 이 회장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고, 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 '죽음의 힘'이고 죽음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니까요.     _p.82


『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는 이어령 선생이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무신론자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대역병이 지나가고 나면 인구도 불어나고 그 이전보다 번영이 이루어졌"다는 '팬데믹의 패러독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한다. 이어령 선생의 답변은 죽음, 신, 종교라는 핵심 키워드에 과학, 예술, 문명, 문화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펼쳐진다. 포스트 코로나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죽음과 절망, 개인을 넘어서는 지혜의 메시지에 희망과 작은 위안을 전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어떤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을지 궁금했는데, 고(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은 온 인류가 혼돈의 시대를 함께 겪으며 품게 된 질문과 비슷하다. 팬데믹을 겪으며 생겨난 질문은 집중치료실 복도를 서성이며 내게 던졌던 질문과 닮아있다. 이성을 통해 느낀 죽음은 삶과 생명, 자신과 마주하게 하고 현재를 살아가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어릴 적 신나게 놀다가도
불안한 아이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물었다.
“엄마, 죽지 마.”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걱정 마! 너 두고 나 절대로 안 죽어.”

_『메멘토 모리』 뒤표지 글 중에서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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