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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란 Jun 22. 2023

오만과 편견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가장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늘 또래에 비해 독립적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원체 누군가의 도움을 낯간지러워했고, 무엇이든 웬만하면 혼자 해내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다. 그래서 혼자 삶을 꾸리는 것에 대해서도 꽤나 자신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을 갈망하는 마음의 크기가 자신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삶을 꾸려간다는 건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그러니까 오롯이 나 혼자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곱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혼자가 되면서, 타인이 나 몰래 내게 주었던 사랑을,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깨달았다.


 소리에 민감한 나를 위해 늘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아주던 동생의, 거실에 널브러져 있을 때면 슬쩍 방에서 이불을 가져와 덮어주시던 아빠의, 졸린 눈을 비비며 꼭 문 앞까지 같이 나와서 출근길의 나를 배웅해 주시던 엄마의. 같이 살 땐 문득 그저 지나쳤던 이런 작은 행동들이 사실은 전부 그들이 내게 건넨 사랑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모여 불완전한 나를 채워주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혼자가 되고 나서야 절실히 알게 되었다. 불안과 걱정이 나의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누군가와 같이 살기보다는 혼자 사는 것이 더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또한 나의 오만함이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보기 이전엔 절대 온전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듯하다.


 여전히 나는 매일 나와 지겹도록 다툰다. 마인드맵을 그리듯 ’ 독립‘이라는 단어 아래 나의 하루하루가 계속해서 파생되어 간다. 나와 다퉈가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증오하기도, 고맙기도 하는 누군가와 같이 살 땐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날 것의 감정과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문득, 독립 그러니까 혼자 삶을 꾸려가는 이 과정이 꼭 연애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다가도 좋아지고, 좋다가도 싸우게 되는. 여전히 알아갈 게 많고, 또 무수히 싸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완전한 연애를 어떻게든 끌어안고 사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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