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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란 Jul 17. 2023

정답이 없듯 좋고 나쁜 것도 없다.

INFJ의 자기계발 기록ㅣ해외 살이 편

 침대와 빔프로젝터만 있다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며칠씩 보낼 수 있는 타고난 집순이인 나이지만, 다양한 것을 보고 담으려면 힘들더라도 일단 밖에 나가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K 덕분에 만난 좋은 친구들과 학원을 마치면 늘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3주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차츰 생활에 조금 익숙해지니 낯섦으로 가려온 것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사립/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어학 과정을 수강하는 방법과 컬리지(2-3년제)나 유니버시티(4년제)와 같은 현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사립 어학원에서 조금 더 심도 깊은 강좌들을 다루는 곳이 사립 컬리지인데, 학습 가능한 강좌에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배운 강의를 기반으로 학업 기간만큼 현지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해당 과정을 수강할 경우 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를 동시에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코업 비자라고 칭한다.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 따로 코업 비자라는 것이 존재하진 않는다.) 비자 종류에 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블로그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



 나는 기존에 코업과정으로 어학연수를 준비하다 비자 신청 바로 직전에 일반 어학과정으로 변경하는 선택을 내렸다. 스스로 영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기에 입국하자마자 해당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현지 어학원 특성상 환불이 쉽지 않다(안타깝게도 거의 불가하다고 봐야..)는 점에서 1년짜리 장기 과정을 덜컥 등록하는 것에 내심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학업 과정을 변경하자고 결심한 후, 그렇다면 '가고 싶던 어학원 두 곳에서 일반 어학 과정으로 수업을 먼저 들어보고 나와 더 맞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코업 과정을 진행하자!'라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유학원으로부터 해당 방법은 비자 승인 기간이 단축되거나 운이 안 좋을 경우 승인이 어려울 수도 있어 한 학원만 결정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하는 수 없이 한 학원에서의 일반 어학 과정으로 학생비자를 신청했고 6개월 체류 가능한 학생 비자를 최종 승인 받아 입국하였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 와서 몇 주간 수업을 듣다 보니 일반 어학과정으로만 3개월을 수강하는 것은 내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한 달 동안 반을 세 번 바꿨는데 강사 분 별로 수업의 질에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졌고, 나의 취약점이자 어학원을 통해 가장 개선하고 싶었던 문법과 작문 실력을 늘릴 수 없다면 굳이 일반 어학 과정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게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 교육 방법을 가르치는 TESOL 과정, 공인 영어 시험인 IELTS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앞서 언급한 코업 과정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고, 가장 처음에 했던 선택인 코업 과정으로 비자를 연장하기로 결정 내렸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나는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원 및 과정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전과 다르게 함께 고민해야 했던 변수는, 같은 학원 내에서 단순히 과정을 변경하는 것은 관계가 없지만 이외 경우에는 지불 금액에 대한 환불이 불가하고 학원 자체 크레딧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과 워홀 비자 승인 만료일을 고려해 학업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이러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해 차선책이었지만 최선이었던- 다니던 사립 어학원의 사립 컬리지로 진학하는 선택을 내렸다.




 학원을 변경하고, 새로운 수업을 듣고, 일을 하고 그렇게 약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순간순간 내가 했던 선택들에 대한 의심을 가지곤 했다. 이 부분은 사실 나의 가장 큰 약점이자 단점이다. 하나의 선택을 내리기까지 보통 열 가지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나는 백 가지의 변수를 고려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선택을 내리고 나서도 문득문득 내가 한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벌어졌을 결과를 예측해 본다. 예민한 기질을 더 예민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선택의 결과를 올곧게 즐기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나의 모습을 나는 지독히 미워하면서도 멈추질 못했다


 쿠키를 먹으며 글을 쓰는 지금도, '..라즈베리 대신 레몬 맛을 고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 모든 선택들을 지나오고 조금이나마 달라진 점은, "내가 한 모든 선택은 그 당시 내게 최선이었고, 선택으로 발생한 모든 결과는 내게 벌어질 수 있는 최고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 그리고 그때의 내가 한 선택 덕분에 마주한 행운들을 찾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의 삶은 한 편의 영상이고, 내가 내린 선택은 그 영상 속 수많은 타임스탬프 중 하나일 뿐이다. 영상의 모든 순간이 재미있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듯이 선택 또한 매번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미래의 내가 내릴 선택의 만족감을 높이려면- 과거의 내가 한 선택을 존중해 주고, 미래의 내가 할 선택을 믿어주고, 현재의 나를 응원해 주는 이 최선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글은 좋아하는 미드 중 하나인 'How I Met Your Mother' 중 아끼는 대사로 마무리!



Look, you can't design your life like a building, It doesn't work that way. You just have to live it, and it will design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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