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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an Sep 22. 2020

전하지 못한 편지

서로의 손을 잡기 시작한 날로부터
감사함, 미안함, 사랑으로 
실타래같이 얽히고 가득찼던 마음의 대화들.

너의 손을 잡았을 때부터 손끝으로 떨어지게 될까 봐 놓지 않으려 꽈악 잡고 있던 시간들.

더워 땀이 송골송골 나는 순간에도 미끄러워질까 봐 떨어질까 봐 조바심으로 가득 찼던 그 시간들은 내가 스스로에게 준 집착이었는지도..

너와 함께 한 모든 사랑스러웠던 시간들.

너의 사랑스러운 달콤한 말에 너의 조심스러운 행동 하나하나에 날 바라보는 너의 표정 하나하나에
그렇게 내 어둠을 잊을 수 있었던 시간들-

그런 네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 온갖 표현하고 싶은 단어들을 샅샅이 긁어 목 구녕으로 끌어올려도 모자랐던 시간들-

너와 내가 섞이는 모든 행위도 내 마음보다 턱없이 모자랐던 시간들-

그렇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어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려 했던 나의 나약함

그 나약함으로 만들어낸 시간이었는지도
그 시간으로 나의 어둠을 보고 싶지 않았는지도
그렇게 만든 ‘우리’는 온전히 나만의 것일지도 

너는 잘못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건넨 손과 마음 너의 모든 것들을 가둬두려 했던 것은 나이다. 차가울 수도 따뜻할 수도 있는 너의 손은 내가 아니다.

너의 손이 따뜻하다고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착각이었을 뿐.

온전히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집착일 뿐.

나는 네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연약함과 착각과 집착을 벗겨내기 위한 몸부림의 시작.

투명하게 단단한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나의 등을 매만져주던 너의 따뜻한 손과 체온에 모든 것이 녹을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 오늘. 내일.

나약함, 착각, 집착이라는 단어를 걷어내도 
남는 확실한 말-

우리의 시간을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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