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K Feb 27. 2024

40대의 내게 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뭐니?"

불혹의 40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40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불혹의 나이'라고 하던데, 미래의 불안감과 과거의 후회에 정신을 빼앗겨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남'들이 하는 대로 12년 동안 공부하고 대학 가서 취업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새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면서요. 하지만 여기서도 초밥집 알바, 공항 카트정리, 스냅작가, 웹 개발자 등 서로 관련이 없는 일들을 하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을 때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습니다. 생계유지가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지만 항상 저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 잠재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을 상상하면 내정 동기가 강하게 자극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 일을 실행했을 때는 계속할 수 있는 끈기가 없어서 금방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다른 것을 하고 싶게 되고 오래 못 가서 포기하고, 다시 처음에 좋아한다고 믿었던 일을 또 시도하지만 금세 싫증을 내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어서 어느덧 40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요. 저의 이삼십 대는 뭐 하나 제대로 끈기 있게 하지 못한 '방황과 포기의 20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좋아하는 일 vs 하고 싶은 일


사실 끈기 있게 했던 것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학교를 꾸준히 다녀 개근상을 받은 것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계속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런 외부적인 조건 말고 내정동기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해본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일찍 혹은 늦게나마 잘 찾아서 덕업일치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뿐입니다. 아직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뿐더러, 설령 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경험상 그것을 꾸준히 해낼 자신이 없거든요. 하고 싶은 일들은 많습니다. 혼자 여행, 캠핑도 가고 싶고, 영화 같은 색감의 영상을 일기 형식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꾸준히 올리고 싶고, 남들과는 다른 스냅작가가 되어서 사진집을 내고 싶기도 해요. 캐나다 이민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쓰고 싶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일이 어떠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위에 일들은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은 그만큼 자기와의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고 해요. 'ㅇㅇ를 할 거야'. 'ㅇㅇ이 될 거야'와 같은 명사형이 아닌 구체적으로 'ㅇㅇ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식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동사를 찾는 거죠. 저는 오랜 생각 끝에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하고 싶고,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한다.'로 말할 수 있었어요. 사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유튜브로 영상을 만든 것도 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하지 않는 게 문제지만요.          


내면의 단단함


40대가 되니 건강도 잘 챙겨야 하고, 회사일도 책임감 있게 잘해야 하며, 부모님도 잘 챙겨드려야 하고, 육아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많은 걸 책임져야 할 나이가 40대 인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아직 좋아하는 일을 모른다면 그걸 잘 찾아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겠죠? 40대면 20,30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는 나이지만 그런 외부적인 조건이 행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목표 (좋아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하기 그래서 덕업일치를 이루고 내면의 행복 찾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아직은 누르면 뭉개지는 순두부 같지만 계속 방황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면서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가요? 여러분의 동사는 무엇이고 지금 어떤 실천들을 하고 계신가요? 궁금합니다.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LyYf-Ayw7qw?si=6BSNwCgSktUSLTPk

매거진의 이전글 40대 직장인, 자발적 안식년을 갖기로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