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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Jun 25. 2024

40대 가장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이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혼자 사색하고 글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저는 30대에 캐나다로 이민 와서 이제 곧 40대로 접어드는 INFJ 직장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재택근무를 마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고, 와이프를 데리러 간 뒤 급하게 만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오지만, 졸린 눈을 부리며 '하와이대저택'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합니다. 벌써 밤 9시가 가까워지네요. '이제 씻고 곧 자야 할 시간이네'라는 생각에 무력감과 짜증이 밀려옵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받았던 영감은 금세 사라집니다. '하... 이렇게 살다 늙어가겠네...'


오늘 아침 투두리스트에 적어두었던 '글쓰기', '나만의 why 찾기', '감사의 일기 쓰기' 등의 할 일들은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와이프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밖에 걷고 올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냥 움직이세요. 걸으면서 생각하세요'라고 누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같으면 고양이 세수만 하고 한숨 쉬며 잤겠지만, 한 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제가 사는 캘거리는 요즘 밤 10시에 해가 져서 걷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모기만 빼면 걷기에 완벽한 선선한 날씨였죠. 하지만 밀려오는 짜증과 무기력감에 에어팟에서 들려오는 말들이 하나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왼쪽 옆으로 펼쳐지는 푸른 벌판, 오른쪽 대도로에서 시속 60킬로 이상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힘없이 걸으며 생각을 했습니다.

'5년 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뭘까?' '무엇을 하고 있다면 만족해할까?'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뭐지?'

답을 잘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계속 던졌고, 결국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이렇게 앉았습니다.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거야. 나를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자.'


그 작은 것이 바로 이렇게 느끼는 감정을 글로 풀어쓰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잘 쓰려고 애쓰지 않으려 합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설거지를 끝낸 밤 9시부터 지금 시각인 10시 43분까지 걷고 사색에 잠기고 샤워를 하며 글을 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사업이든 부동산 투자든 자기 계발이든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해내고 싶지만, 가족과 직장일에 헌신하며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40대 가장분들의 마음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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