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 중 유일하게 꾸준하게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후회스러운 과거와 불안한 미래에 방황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 40년, 약 35만 시간을 달려왔다. 한국 남자 평균 기대수명 80세라고 하던데, 이제 정확히 인생 반을 지난 샘이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여행을 2년 넘게 하고 있는 사람, 유명한 트레일을 정복하고 계속 걷고 있는 사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등 각자의 분야에서 매진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40년 동안 무엇을 이루었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만족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꾸준히 달리는 시간과 함께 나란히 뛰어가지 못하고 시간의 꼬리에 매달려 끌려가는 느낌이다.
30세가 되기 몇 개월 전, 신입사원 2년 차를 채우지 않고 퇴사를 했다. 그리고 무작정 캐리어 2개와 백팩을 메고 캐나다로 왔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직업들을 5개 이상 경험해 보면서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직장인일 때 보다 연봉이 높은가?
그렇다. 그때는 신입사원이었고 지금은 경력직이라서 그런 것 일 수 도 있다.
복지와 워라밸은 어떤가?
한국보다 괜찮다. 우선 야근과 회식이 없다. 상사 눈치는 아주 조금만 봐도 된다.
그래서 현재 삶에 만족하는가?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보면 외부적인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와 비슷하게 여전히 행복하진 않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취미생활도 없고, 삶의 의욕도 많이 없어졌다. 미래는 불안하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서는 무기력을 벗어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헬스장을 억지로 가서 러닝 머신 위에 달려도 희열과 개운함이 없다. 남들이 말하는 '중년의 위기'인가? 무기력, 불안, 우울... 이 모든 게 한꺼번에 찾아왔다. 매일 우리 집 앞에 주차하고 앞마당 잔디를 밟고 다니는 옆집 이웃부터, 운전을 매너 없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화도 많아지고, 회사는 그만두고 싶어졌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캐나다의 삶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 달 뒤에 둘째가 태어난다. 이런 정신상태로 나 혼자 돌보기도 힘든데, 가족들을 잘 부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푸념을 해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할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죽음에 가까워질 때 비로소 그 해답을 알 수 있을까? 마흔, 여러 유혹에 현혹되지 않은 나이라지만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