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온 걸까?

한국에서의 삶을 버리고 캐나다로 왔지만 여기도 쉽지는 않네요

by MK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겨울 기온,
한국보다 비싼 생활비,
융통성이 통하지 않는 곳,
외국인 노동자 신분의 불안정한 고용상태,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캐나다 문화
그리고 찾아온 40대 중년의 위기
나는 무엇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온 걸까...?


사실 캐나다로 오면, 아니 한국을 벗어날 수 있다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매일 밤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수당도 나오고 고요한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같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사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서 더 그랬을까요? 계획에 없던 일을 갑자기 아랫사람에게 던져주는 문화, 회식을 의무적으로 가야 하고 개인 생활보다는 회사일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는 커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미드에서 보이는 서구의 직장문화는 평등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캐나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상사는 잘 만나야 한다는 건 나라에 상관없이 맞는 말 같습니다. 여기는 회식이 그리울 정도로 회식이 없고 야근도 없지만, 상사와의 갈등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직장을 5번 이상 옮겼습니다만 신기하게도 모두 아시아인 남성 상사와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갈등이라기 보다는 저 혼자 끙끙 앓는 거겠죠. 그들 모두 이민 1세대로서 상사의 자리까지 올라간 노력파 인물이겠지만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한국에서의 예전 상사보다, 더 무례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말대꾸라도 하면 누가 제 자리를 보호해 주나요. 제 와이프와 두 아들은 어떻게 하죠?


사실 어쩌면 배부른 소리 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일을 구하지 못해서 점점 높아지는 세금과 생활비에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민자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사람들은 10년 전과 다르게 더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운전을 하면서 몰상식한 사람들이 저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릴 때, 상사가 "you should do it now!"라고 무례하게 말할 때, 인종차별적인 뉘앙스로 나를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있을 때, 부모님과 영상통화에서 전에는 없었던 주름이 선명하게 보일 때, 그리고 함께하지 못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위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나 혼자 이렇게 캐나다로 왔나?

영주권이라는 플라스틱 카드를 받으면 인생이 필 줄 알았지만, 캐나다 이민생활의 시작에 불과함을 깨달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해서 결국 직장까지 얻었지만, 한국에서의 직장과 다를 바가 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주위환경과 주변사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사는 환경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 데리러 가기 전 푸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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