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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두부 Jan 24. 2021

[브라버꼬 산티아고] 길 위의 음식들 - 하몬

산티아고 길 위에선 무엇을 먹을까?


#1. 하몬

하몬은 돼지 뒷다리고기를 염장해 말린 햄이다. 분위기 있는 정육 전문점에 가면 만화책에서 볼 법한 넓적다리의 고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몬은 짭쪼름하고 꿈꿈한듯한 맛과 얇게 슬라이스로 썰었는데도 입안에 착 달라 붙어 쫀득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또 순례길에서 꽤 흔하게 만나고 먹게 되는 음식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인 마틸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친근하게 말을 붙이기 위해 프랑스에 대해 아는 거의 유일한 음식인 잠봉 데 바욘*을 먹은 이야기를 했다. '나 바욘에서 잠봉 먹어봤는데, 정말 최고였어.' 그랬더니 마틸드는 '음, 잠봉 정말 좋은 음식지. 하지만 스페인의 하몬이 더 맛있어.' 라고 했었다. 프랑스인에 대한 편견 중에 하나인 프랑스인은 프랑스 것만 좋아해,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프랑스인도 더 좋은건 좋다고 말하는구나 라고 나의 편협했던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고 나는 마틸드와 다른 유럽 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 같이 걷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자는 사이가 되었는데,,,


"우유는 프랑스 것이 최고야."

듣고 있던 덴마크인 크리스토퍼

"무슨 소리야, 덴마크야 말로 낙농업의 국가라고. 우유와 치즈는 덴마크가 최고야."

"어, 맞아. 한국에서도 덴마크 우유는 유명해."

"봤지? 낙농업은 덴마크라고(으쓱)"

"(지지 않고) 웃기시네. 야, 너가 프랑스 우유 안 먹어 봐서 그래. 프랑스가 최고야. 우유도, 치즈도."

"으으, 프렌치... (프랑스인들이란,,),"

"프랑스인이 뭐 어때서! 난 인정 할건 인정해. 피쉬 앤 칩스는 영국이고, 피자와 파스타는 이탈리아가 잘하지. 하지만 바게뜨와 우유와 치즈는 누가 뭐래도 프랑스가 최고야. 아참, 물론 축구도."

유럽 사람들 아니랄까봐 친구들은 축구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며칠 전, 그들은 세계 여자 축구 선수 중 누가 최고의 선수 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파스타를 먹던 크리스토퍼의 선공. 옆에는 미국인 친구들이 있었다.

크리스토퍼: (미국인들을 바라보며 뜬금없이 묻는다.) "너네 가디언지에 대해 알아? 내가 알기로 여기는 세계적인 언론사인데, 너네가 생각하기에도 가디언은 공신력 있는 매체야?

"응, 물론. 가디언은 매우 신뢰도 높은 매체야." 미국인 친구들이 대답했다.

크리스토퍼: (마틸드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기사를 읽으며) "가디언에 따르면, 2019년도 세계 최고의 여자축구선수는 덴마크인이라고 하는군. 훗, 역시 세계 최고는 덴마크지."

듣고 있던 마틸드. 핸드폰을 뺏어서 보더니 대답한다.

"이리 내놔봐. 흥. 1등은 덴마크인일지 몰라도 2등부터 9등까지는 전부 프랑스인이잖아. 우린 팀이 전부 다 최고라고!"


그날 저녁, 마침 덴마크와 프랑스 여자 축구가 붙었다.


결과는 프랑스의 완승. 불쌍한 크리스토퍼.


이런 마틸드가 인정한 것이 스페인의 하몬이다. 그러니 하몬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겠지? 슈퍼마켓보다는 정육점에 가서 즉석에서 썬 하몬을 먹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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