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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두부 Feb 24. 2020

[살았다!] 다시 밥이 먹고 싶어 졌다. 심리상담센터

- 나는 어쩌다가 정신과에 가게 되었나? 2편


- 나는 어쩌다가 정신과에 가게 되었나? 2편 <다시, 밥이 먹고 싶어 졌다. 심리 상담 센터>


너는 약간의 우울과 불안이 있는 사람이었다. 헤어지는 마당에 나는 그것이 걱정되었다. 너는 종종 사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는데, 조언하기보다 응원을 하고 싶었던 나는 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몰라서 심리 상담을 권했었다. 병원을 권하는 일은 어쩐지 우리 모두에게 무서운 일이라서. 또 종종 스스로를 잘못된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는 너인데, 병원을 권하는 일이 혹시라도 나까지 너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네가 오해할까 봐서. 건너 들어도 네가 만나는 상담 선생님은 좋은 분이셨다. 너와 네 가족의 사정을 이해해 주셨고, 우리의 관계에서도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나는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면, 네가 받고 있는 상담 선생님에게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너와 나를 이해시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렇게 재회 상담 서비스를 포기하고 가게 된 곳은 그 사람이 심리 상담을 받던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아직 내 아픔과 내 슬픔을 위해 상담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픔을 참고 견디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슬프고 힘든 순간은 이 전에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동굴을 만들어 들어갔다.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마늘과 쑥을 먹듯 혼자만의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나오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나 씩씩한 나는, 구질구질하고 찌질해진 나를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아마 내 아픔만이었다면, 아마 나는 그냥 참고 버티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산산이 조각난 마음이 너덜거렸지만, 안 좋게 헤어진 마당에 그 사람이 걱정되어 상담을 받기로 했다. 선생님이라면 너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야, 라는 기대로.


나는 우리가 헤어진다 해도 이런 식으로 헤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너는, 이번 선택으로 더욱더 너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자책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살아가게 될 네가 걱정되었다. 너의 선택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선생님은 나름의 생각들을 말씀해 주셨다. 그 말들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리고 나를 위한 상담을 해 주셨다.


"억지로 잊으려고 하지 않아도 좋아요. 미워해도 좋아요. 미운 게 당연하잖아요. 욕이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애도를 해주세요."


나는 물어봤다.

애도가 무엇인가요, 선생님. 애도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는 이미 너무 슬픈데요. 슬퍼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요. 여기서 더 슬퍼야 하나요?

음... 애도는.. 나에게서 거리를 조금 두고 떨어져서 나를 위로하는 거예요.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슬퍼하는 나를 슬퍼해 주는 일이지요.
슬픔을 충분히 느끼세요. 있는 그대로.

차마 너를 미워하지 못했던 나는, 나를 위한 애도 역시 하지 못했다. 나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애도하다가 슬픔이 모두 사라지면, 그래서 정말로 그 사람을 잊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워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서 괜찮아지기만 한다면 뭐든 하고 싶어서 애도하고 싶은데, 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이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공감해주며 듣고 계신 심리 상담 선생님 정말 대단해!)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며 위로를 해주고 싶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가 OO을 처음 만나고 상담을 했던 게 벌써 7년 전인데요. 제가 OO을 보아 온 시간 중에 순두부님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어요. 매일 여기 와서 자랑하고, 이야기하고. 저도 놀랐어요. 이 친구한테 이렇게 환한 웃음이 있었구나. 다 순두부님 덕분이에요. 순두부님이 좋은 영향을 주어서 그럴 수 있었어요.


헤어지고 헤어진 이유에 대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도 말을 아꼈었다. 내 친구들은 내 편이 되어줄 테니까. 내 편이 돼서 너를 같이 욕해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내 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네가 필요했다. 내가 아프고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넌데, 상처를 준 이도 다름 아닌 너라서. 누구보다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상처 받는 기분은 정말 끔찍했다.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한 슬픔은 내 안에서 곪아갔다. 그것이 내게 독이 되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 볼 수 있어서였을까. 상담을 마치고 요가를 갔는데, 요가 선생님이 저녁으로 드신 꼬막 비빔밥 이야기를 하자 나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신기했다. 헤어지고 근 한 달간 허기를 느껴본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고, 살도 4kg이나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날은 꼬막 이야기에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상담센터 분위기에 대한 Tip)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상담 시작할 때와 상담 끝나고 나서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마음이 힘들다고 해서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없다.

일반 상담은 회당 1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 특별한 검사 등을 해야 할 경우 비용이 더 든다.

분위기 하나: 약간 어두운 주광색 조명을 은은하게 밝힌 방에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선생님은 굉장히 평온한 제스처와 표정으로 나를 안심시켰다. 뭘 쓰거나 하지 않으시고 계속 내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셨다. 내담자 바로 옆에는 언제든 울 수 있는 휴지가 마련되어 있다.

분위기 둘: 약 9개월 뒤 다른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나만을 위한 상담을 꾸준히 받았다. 이번에 찾아간 상담센터는 아늑한 원룸 형태의 공간이었다. 상담을 위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상담받으러 올 때마다 선생님은 따뜻한 차를 내어 주셨다. 이번엔 열심히 내 이야기를 적으시며 들어주셨다. 나중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방문한 센터와 마찬가지로 테이블 위에는 내담자가 언제든 눈물을 쏟고, 코를 풀 수 있게 마련된 휴지가 있다. 휴지는 많이 써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다^_^.. 눈물/콧물 나올 땐 맘껏 쓰자!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시국이 시국인만큼(ㅠㅠ)  검증된 전문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가야한다! 마음이 취약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럴수록 신뢰할  있는 상담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루밍 성폭력 등으로부터 안전한 상담을 받아야 하고,  사이비 종교집단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덧, 재회는 내 관심사지, 선생님의 관심사가 아니다. 선생님은, 잔인한 이야기겠지만 내가 지금 어떻게 잘해 준다고 해도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으셨다. 억지로 잊으려고 하지도 말고, 애도해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사실 들을 땐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재회가 아닌 애도가 정말 나를 위한 상담이었음을.



instagram : @sundubu_writer

심리상담센터는 꼭 마음이 아픈 날이 아니라 언제라도 가면 좋은 것 같아요. 내년 운세가 궁금해서 사주를 보러 가듯 나에 대해서 궁금한 날엔 심리상담센터를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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