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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퓨레 Jun 26. 2023

인어공주는 실패했지만, 이누이트 아트는 성공한 것은?

[신화, 현실이 되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최근 디즈니의 '인어공주' 개봉 소식이 화제입니다. 영화 인어공주는 캐스팅 단계부터 작거나 큰 논쟁이 있어왔는데요. 인어공주 아리엘 역을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맡게 되면서 디즈니의 캐스팅이 캐릭터의 합치에 우선하지 않고, 과도한 PC주의를 내세운다는 우려가 있었죠. 어느덧 영화는 개봉일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과연 디즈니의 결정이 자충수가 되었는지 확인하고자 연일 극장을 찾고 있습니다.


이숙경 제 14회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출처: 광주 비엔날레 홈페이지


소수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의 타이틀 또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였습니다. 이숙경 비엔날레 총감독은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합니다. 영국의 유명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의 수석 큐레이터인(최근 영국 맨체스터대학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그의 주무기가 제 3세계 예술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개로 볼 수 있습니다.


"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 자체가 주제는 아니에요. 물처럼 약하고 잔잔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죠"
- 이숙경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


캐나다 파빌리온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하 미술관


이번 비엔날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프로그램은 아홉 개국이 참여한 파빌리온 프로그램입니다. 파빌리온은 박람회장에서 임시로 세운 건물을 의미하는데, 비엔날레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관의 개념으로 파빌리온이 운영됩니다. 올해 광주에서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이스라엘, 이탈리아와 같이 다양한 국가들이 지역 미술관 또는 예술공간과 협업하여 각각의 스타일로 광주 비엔날레를, 그리고 전시 주제를 재해석하고 표현했습니다.


케노주악 아셰바크(Kenojuak Ashevak), <해초를 먹는 토끼>, 1958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에 짧은 일정에도 이탈리아를 제외한 여덟 개의 파빌리온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애석하게도 이탈리아 파빌리온인 동곡 미술관만 거리가 다소 멀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국가관이 여럿 있지만, 오늘은 캐나다 파빌리온의 강렬한 메타포를 소개할까 합니다. 캐나다 파빌리온은 광주 남구에 위치한 이강하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타이틀 아래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입니다.


이누이트 공동체


이누이트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실 수 있을 텐데요. 북극의 에스키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누이트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누이트족은 에스키모로 불리는 것을 꽤나 싫어한다고 하지만요.(에스키모가 날것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는 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캐나다와 한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캐나다 파빌리온을 기획한 윌리엄 허프만 감독과 이강하 미술관은 이누이트족이 어떤 예술을 펼쳐나가고 있는지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듯 이야기합니다.


케노주악 아셰바크(Kenojuak Ashevak), <곰(Bear)>, 1972


이누이트 족의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여러 갈래의 메타포를 발견했습니다. 소수민족으로서 억압의 역사를 견뎌내고 숭고한 가치를 견지해온 점은 광주의 그것과 연결되고, 이를 극복하고 화해로 나아가는 모습은 현대의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어떠한 강요와 주장 없이 오롯이 작품과 공간으로 멋진 시 한 편을 써 내려갔다는 인상입니다.


카버바우 매뉴미(Qavavau Manumie), <무제 2022-2(Untitled 2022-2)>, 2022


서울에 올라온 지금도 이따금 이누이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곤 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마도 시대와 대화하고자 하는 이누이트 예술의 진정성과, 관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큐레이팅한 기획자의 따스함, 그리고 이강하 미술관의 멋진 진행 능력이 이뤄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결과 어느새 이누이트족과 그들의 예술에 내적 친밀감이 생겨버린 지금입니다. 정말 절묘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연이라면 기쁘고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라면 놀랍습니다.


"이봐, 편안히 죽을 수 있게 절묘한 메타포 하나 읊어 보게."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쿠비안턱 푸드라(Quvianaqtuk Pudlat), <무제(Untiltled)>, 2022


<신화, 현실이 되다>
2023.04.07~07.09
이강하미술관(광주 남구)
무료 전시(전시해설은 예약 필요)
*해당 전시는 광주 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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