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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퓨레 Sep 02. 2023

예술은 결과가 중요한가요 과정이 중요한가요?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지난 7월, 어느 노 화가가 바닥에 쭈구려 앉아 오리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무한할 듯한 속도로 서서히 나아가며 연신 좌우로 선을 긋는 그의 나이는 어느덧 81세. 만월의 몸으로 현대미술의 중심인 뉴욕에 입성, 자신의 첫 뉴욕 개인전을 기념하는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중이었다. 이 단순한 작업 과정을 보기 위해 유수의 예술 관계자들이 뉴욕 페이스 갤러리를 찾았다.


2023년 7월 13일,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펼쳐진 이건용 작가의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 ⓒ 리안 갤러리


금년 봄에 열린 광주비엔날레에서 이건용 작가의 <바디스케이프>를 재현하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줄을 섰다. 원하는 색의 크레용을 고르고 작가의 지침에 따라 왼쪽 팔로 높게 든 후 곡선을 그리며 떨어뜨렸다. 이후 반대로 돌아 같은 시작점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참하고 있었는데, 친구 녀석은 가이드를 읽지 않고 제멋대로 원을 그리려 했다. 그에게 말했다. 이봐, 선생님의 작업은 과정이 중요한 건데 그걸 무시하면 어떡해?


제 14 광주 비엔날레, 1세대 실험예술 작품 연계 관객참여프로그램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일본의 커머셜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는 어린 시절부터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자연히 주변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사물에 관심을 가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즐겼다. 그녀의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픽셀로 표현된 과일 조각 하나도 모두 그래픽이 아닌 아날로그다. 과육의 갈변 현상, 과일 껍질의 수축 현상 등을 고려하며 작업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비주얼을 한 땀 한 땀 완성시켜나간다.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AI가 미술대회를 섭렵할 만큼 나날이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점차 가치를 잃어갈 것은 모두에게 예상 가능한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 겨울, 아버지는 선물해드린 목도리에서 '핸드메이드(Hand made)' 택을 제거하기를 거부하셨다. 판매를 위해 표시한 것이므로 실제 착용할 때는 떼 드리겠다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싫으시단다. 인간은 본래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요시다 유니의 작품 모퉁이에도 핸드메이드 택을 살며시 달아놓고 싶다.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2023.05.24-09.24
석파정 서울미술관(종로구 부암동)
유료전시(예약 불필요)
*매주 월/화 휴관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요시다 유니 : Alchemy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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