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Frieze) 서울 2024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 2024'가 마무리됐습니다. 뉴스거리들은 기사를 통해 많이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죠? 프리즈 서울을 3년 개근한 서당개 아보퓨레의 시선으로 바라본 프리즈 서울 2024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 스크린쿼터제를 아시나요
그 옛날 영화계에서 스크린쿼터제가 폐지될 때 기억하시나요? 스크린쿼터(Screen quota)는 극장에서 자국 영화를 일정 비율이나 횟수로 상영해 자국의 문화 컨텐츠 경쟁력을 보호, 유지하는 제도입니다. 당시 정부에서 이를 폐지하려 하자 국내 영화산업이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무방비 상태로 해외 컨텐츠와 소위 맞짱을 뜨게 한다며 영화계의 심한 반발이 이어졌었죠.
2년 전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국가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손을 잡았을 때 국내 미술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외국 갤러리들의 공습에 조만간 밥그릇을 뺏길 것이라 말이죠. 실제 첫해 키아프와 프리즈의 체급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기에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차이가 시스템에서 오는 부분이 크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 미술계가 컨텐츠가 나쁘지 않거든요. 이우환, 양혜규, 서도호 등 이미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가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세계 시장에 문을 활짝 열어 우리만의 기준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로 시스템적 동기화를 꾀하게 된 부분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프리즈? 그게 뭐라고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프리즈 행사장에는 작품을 구매하려 하거나 시장의 트렌드를 살피고자 하는 방문객이 많았는데요. 올해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음, 흡사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프리즈 오픈 전 삼청, 한남, 청담에서 열리는 전야제 행사(OO 나이트)의 영향으로 프리즈가 하나의 힙(HIP)한 행사가 된 것도 사실일 테고요. MZ 혹은 Zalpha 세대들은 경험을 중시한다고 하죠. 3년 차쯤 된 이 시점에서 프리즈를 한 번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이 유입됐을 것 같습니다.(프리즈 서울은 4 일간 약 7만 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프리즈 내부 행사장도 이에 맞게 상당히 다채로운 컨텐츠로 채워졌습니다. 2년 차에 접어든 LG OLED 부스에는 작년 김환기 화백에 이어 올해는 서세옥 작가를 조명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BMW, 브레게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공간에는 프랑스 주얼러 쇼메가 추가되며 고객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런던 베이글 뮤지엄 공간은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자 하는 방문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는데요. 저도 금요일 11시 반에 도착해 식사가 애매하던 중 런배뮤에서 베이글과 커피로 아주 만족스럽게 허기를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언론에서 프리즈~프리즈~하면서 시끄러운데, 한 번 가볼까 했더니 생각보다 티켓값은 고가네. 나는 그렇게까지 미술을 잘 알거나 좋아하지 못하는데 역시 미술은 어려운 거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 프리즈를 꼭 봐야 할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전시장 밖에서도 프리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이번 프리즈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가 중 '니콜라스 파티'라는 작가와 '아니카 이'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들의 전시가 현재 서울과 용인에서 진행되고 있거든요.(니콜라스 파티의 <커튼이 있는 초상화>가 250만 달러(약 33억 원)에 판매됐고, 아니카 이의 작품 <방산충>도 20만 달러(약 2억 6천만 원)에 판매되어 화제가 됐습니다.) 용인 호암 미술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의 대규모 개인전이 내년 1월 19일까지 열리고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는 아니카 이의 개인전이 12월 29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보니 둘 다 삼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네요. 역시 삼성이 최곱니다.
# 다음 프리즈는...
내년에 열릴 프리즈 서울도 미래의 저는 아마도... 티켓을 끊었겠죠? 하지만 모든 갤러리의 작품을 꼼꼼하게 보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아트페어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기고 키아프에도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볼 것 같습니다. 그뿐인가요. 전시장 밖에서도 열리는 다채로운 미술 행사와 연계 전시도 쭉 경험해 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또 어떤 시선으로 프리즈 서울을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그럼 내년 후기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