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주종을 선택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알고 있다. 술에 따라 안주도 잘 고른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냥 주위에서 마시니 따라 마셨을 뿐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커피를 처음 접했다. 돌다방이라고 건물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자판기 커피를 홀짝거렸다. 신입사원 시절, 출근을 하면 경리가 커피를 타서 갖다 줬다. 경리는 부서원들의 커피, 프림, 설탕 조합을 알고 있어야 했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 신문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시절이었다.
어느 날 그 많던 다방을 몰아내고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가 대신 간판을 걸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다. 여전히 커피 맛도 모르면서 여름이나 겨울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임원이 되니 비서가 커피를 타다 주었다. 나는 커피를 물처럼 마셨다. 강한 커피 향이나 맛을 즐길 줄 몰랐다. 비서는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구해왔다. 퇴직을 하니 그때 커피가 그리웠다. 마실 방법은 없었다. 비서에게 전화해서 커피 브랜드가 뭔지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기억을 하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침에 블로그에 단상을 쓰면서 커피를 마신다. 스타벅스 캡슐 커피에 물을 많이 부어서 연하게 마신다. 그래도 아직 커피 맛은 잘 모른다. 몇 달을 마시니 모닝커피가 습관이 되었다. 아내 지인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커피 선물을 주었다. 그런데 예전에 비서가 타 주던 바로 그 맛이었다.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나는 지금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