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행을 떠나는 일요일 하루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여행 이후의 삶이 더 행복하냐고. 긴 배낭여행이 마치 자아 찾기처럼 보이기도 하나보다.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은 맞다. 그냥 여기서 보낸 1년보다 조금 더 자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길을 떠났다고 갑자기 득도를 하거나 인생의 비밀을 깨우칠 리는 없지 않은가.
다만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여덟 시엔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습관적인 의무감에서 해방되어 그저 길이 이어진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던 나날들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우연들이 더욱더 좋았다.
시간은 평일과 똑같이 흘러가지만 그 밀도가 달라 언제나 조금 더 나답고,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일요일 같은 372일이었다. 서른 살을 꽉 채운 그 일요일들 덕분에 삶은 언제나 지금보다 더 즐거울 수 있다는 희망을 목도하고 왔을 뿐이다. <서른 살의 일요일들, 손수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