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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알려준 진짜 중요한 것들

회사생활과 자연이 주는 깨달음

by WOODYK
엄마는 그래서 문제야. 아니 뭐 행복하자고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쫒는 게 아니라 음미야. 내가 서 있는 데서 발을 딱 붙이고 찬찬히 둘러보면, 봐봐 천지가 꽃밭이지.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밑에 움겨 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댓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 동백꽃 필무렵 드라마 속 대사>


어제부터 비가 내린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는다. 어떤 소리보다 청명한 이 소리는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듯하다. 새벽에 깨어보니 여전히 빗소리가 들린다. 창가로 흘러오는 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진다. 귀뚜라미 소리가 빗소리와 어우러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분주한 일상 속


계절처럼 하루하루가 분주하게 흘러간다. 회사 기자간담회 준비로 한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틀간의 행사지만 준비는 몇 배의 시간이 필요했다. 50명이 넘는 기자들 앞에서 회사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새벽에 잠에서 깨면 머릿속으로 발표 내용을 반복 연습했다. 자료를 보지 않고 생각의 흐름만으로 틀을 만들어보았다. 내년도 사업계획까지 병행하다 보니 매출, 투자, 예산 등을 틈틈이 점검해야 했다. 새벽 운동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깊은 호흡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자연이 주는 위로


빗소리가 주는 청량함이 그런 분주함을 흘려보내준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뇌를 정화시켜 준다. 기자간담회가 무사히 끝나고 관련 기사들이 나오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한 산을 넘으면 늘 또 다른 산이 나타난다.


그 산들을 혼자 오르려 하는 것은 욕심이다.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직원들의 힘이 필요하다. 혼자 걸으면 빠르지만, 함께 걸어야 멀리 갈 수 있다. 기자간담회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자연도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늘, 땅, 바람, 구름, 비, 나무, 동물들이 어우러져 '자연'이라는 언어가 탄생한다. 자연은 자신만의 시계를 지키며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이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변하지 않는 본질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이 있다.


"회사가 바뀌고 조직문화가 바뀌지만, 이 사업과 가치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곳에 있는 브랜드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간직한 본질은 무엇인가?


'나'라는 본질은 자연의 일부분이면서도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다. 기술이 발전해 사람을 복제한다 해도 똑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라는 존재를 아끼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삶을 살아가며 고개마다, 언덕마다 땀을 흘리며 지친 자신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있을 때 그 시간들이 가치 있는 것이다.




함께 걸어가는 길


인간은 태어나 외로운 존재이다. 혼자서 이루어가는 시간들이 혼자만의 힘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인간이 간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로움은 혼자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포용하고 수용할 수 없는 욕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인간은 혼자만 살아갈 수 없다. 모든 사람과 함께 걸어갈 수는 없지만, 의미를 같이하는 사람들과는 함께할 때 오래 걸어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나의 모습과 가치를 쌓아간다. 걸어가는 시간 동안 혼자도 있지만, 같이도 존재한다. 스스로의 힘도 있지만 주변의 힘들도 있다. 인간의 조화가 만드는 힘은 위대하다. 혼자와 같이의 의미를 우리는 수용하고 포용해야 한다.


여름이 어느새 사라지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된다. 자연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을 명확히 알려준다.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나'라는 인간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면 자연의 흐름을 이해 보고 자연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지쳐있던 심신을 빗소리로 씻어낸다. 그리고 다시 생동하는 '나'로 돌아오려 한다. 오늘 새벽의 빗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는 더욱 나의 마음속 찌꺼기를 씻어 주는 것 같다. 살아 있고 생동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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