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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보며 깨닫는 삶의 철학, 살아있음에 대한 에세이

오늘과 내일의 비가 다른 이유

by WOODYK
오늘은 오늘을 살고 내일은 내일을 살자. 바람 불 땐 바람 소리 듣고 비올 땐 빗소리 듣자. 삶을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몰입하면 모든 것이 축복이다. <허허당,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중>


오늘 비가 내일의 비와 같은 것일까요?


비라는 속성은 같지만, 오늘의 비와 내일의 비는 분명 다릅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돌고 도는 과정이 존재하지만, 오늘과 내일의 비가 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비 속의 성분은 오늘과 내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변수가 비 속에 녹아 있을 때, 그 성분은 분명 달라집니다.


'비'라는 단어 속에 우리는 모든 세상의 비를 담아 놓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를 단어 하나에 담아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름을 이야기하기 전에 '비'라는 단어에 같음을 묶어 버립니다. 비의 속성도 그렇지만, 사람의 감정도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오늘의 비가 내일의 비와 다른 이유는 우리의 감정이 하루하루 다르기 때문입니다. 속성을 떠나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내리는 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고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차분한 기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내일 내리는 비의 속도는 오히려 걱정을 만들어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비의 속성이 하루하루 다른 것처럼 사람의 감정도 하루하루 다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늘 동일할 수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살아 있음은 하루하루가 다른 것입니다. 그 다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수많은 변수들이 살아 움직이기에 하루하루의 삶이 다른 것입니다.


살아 있음이 행복한 것은, 살아 있기에 감정을 느끼고 비의 느낌을 온몸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죽어 있는 것을 우리는 생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죽어 있음은 굳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단하게 움직임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도 못합니다. 릴케의 시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며, 살아 있음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감정의 오묘함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변수 속에 살아가는 위험이 존재해도, 그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삶입니다. 어느 때는 변수들과 화합하여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갑니다. 비라는 단어 속에 모든 비의 속성을 담을 수 없습니다. 세세하고 꼼꼼하게 디테일하게 바라보면, 비라는 용어 속에 존재하는 생명들을 다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세상을 단순히 하나의 용어로만 표현한다는 것은 과한 욕심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하나의 말로, 하나의 단어로 담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단순화의 오류라는 말처럼, 이것은 단순화를 통해 쉽게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입니다. 비 속의 감정과 비 속의 생명체들을 어찌 하나의 단어로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인간은 그 감정들을 시로, 수필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것조차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 있음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했듯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는 것처럼, 살아 있음은 움직이고 감정을 느끼며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머물러 있기보다 흘러가고 활동하며, 무감각의 세계가 아닌 감각의 세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하루하루는 다른 날입니다. 감정도 다르지만 변수도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인간사를 변화시키는 것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입니다. 변수가 달라지기에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른 것입니다.


비가 오늘과 내일이 다른 것은, 그 속에 우리의 생명체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다르기에 살아 숨 쉬는 존재로서 지금 이렇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다름의 철학을 이해하고 포용할 때 우리의 그릇은 커집니다.


그릇이 커질수록 우리가 담을 수 있는 변수와 살아 있음을 포용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런 힘이 존재할 때 우리는 성숙하다, 성장한다, 그리고 너그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혼자라는 존재가 이 세상 유일무이한 만큼, 다름이 존재하는 생명체도 다른 존재이기에 나를 인정하는 만큼 다른 생명체를 존중해야 합니다. 비가 단순한 비라고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라는 존재의 가치는 생명의 흐름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살아 있음을 유지시켜 줍니다. 어느 때는 변수에 의해 무서운 존재가 되지만, 어느 때는 유익한 변수가 되어 줍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 말했듯이, "사람들은 다 자기 인생 열심히 살아요"라는 말처럼, 비를 포용하고 자연을 포용하며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이 갖추어질 때, 생명체의 다양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거칠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으며 비상식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나라는 존재를 이 세상에서 포용하고 인정해 준다는 생각으로 다름을 포용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바쁘다며 다른 모든 것들보다 나만이 존재하는 것에만 천착하지 말고, 비가 오는 하늘의 모습에 감탄하고 비가 맺힌 창가의 물방울을 감탄해야 합니다.


빗소리에 귀 기울여 감정의 선을 노래와 시로 풀어보고, 가을비가 내리는 촉촉한 땅을 밟으며 생명이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자연은 그렇게 하루하루 다르게 우리의 감정을 흔들어 놓습니다. 감정이 흔들리고 뛸 때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을 깨우쳐 주고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움으로, 나태함보다는 부지런함으로, 단순함보다는 세상의 미묘함으로,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줍니다.


살아 있고 다름을 알아갈 때 우리는 성숙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보물이 있다"는 것처럼, 유일무이한 우리를 사랑하고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며 오늘 하루도 행복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작은 감정에도, 작은 변화에도, 작은 미소에도 살아 있음을 느끼며 감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슬픈 일도 우리가 살아 있기에 느끼는 감정임을 알아가야 합니다. 비가 눈물처럼 느껴지고 힘듦이 하루를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져도, 우리는 존재하고 있고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가 아들에게 보여준 것처럼,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늘따라 감정선으로 자꾸 들어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하루가 되고 싶습니다. 이 순간, 우리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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