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해서 화가 난 아내를 설득해서 외출을 했습니다.
"별일 없지?"
"잘 지내지?"
최근 며칠 동안 친구들로부터 짧은 문장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아무 일이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자였습니다.
"왜 이렇게 조용히 살고 있냐?" 란 문자도 받았습니다.
난 원래 조용한 사람인데 말입니다.
문장 속 질문은 재 각각이지만, 그 의미와 내용은 모두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답 문자를 쓰다 말고 지웠습니다. 그리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습니다.
글쓰기를 핑계 삼아, 친구들에게 안부를 알립니다.
조용히 살던, 여기저기에 얼굴 보이며 시끄럽게 살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습니다.
고1 큰 아들과 중3 작은 아들은 사춘기가 한창입니다.
큰 아들과는 대화가 뜸해졌고, 작은 아들과는 관계가 서먹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큰 소리도 쳐 보고, 윽박도 질러보았습니다.
현관문 비밀번호도 바꿔보았고, 새벽 늦게 까지 잔소리를 섞은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잔소리는 사람을 절대로 변화시킬 수 없음을....
또한 내가 한 모든 행동과 말들이 전부 아이들에게는 상처였음을...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사춘기 아들들을 기다리고 지켜보고 받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이 인내심이 언제 또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폭발하기 전까지 만이라도 아이들을 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2월 24일... 가족들과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로 했습니다.
오후 늦게 아이들은 가족 단톡방에 글을 남겼습니다.
"친구들과 약속이 생겼어요. 오늘 좀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실망해서 화가 난 아내를 설득해서 외출을 했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연남동 <티앤제인>에서 우리끼리 저녁을 먹었습니다.
올 한 해... 아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깨달았습니다.
자녀와 사이가 멀어질수록, 아내와 사이는 가까워지고,
자녀와 대화가 줄어들수록, 아내와의 대화는 풍성해지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은 길어진다는 것을...
친구들아... 요즘 난... 이렇게 잘(?) 살고 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