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늘도 무시를 당했습니다.
사전에서 '무시'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김.
사전에 나온 의미가 맞다면 아빠는 요즘 아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일찍 들어오라는 아빠의 당부에 '네'라고 답하곤 늦게 들어옵니다.
자정이 다 되어도 귀가하지 않는 아들에게 참고 기다리다 전화를 하면 받지 않습니다.
문자와 카톡을 남겨도 읽지 않습니다. 읽어도 답장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늦냐고 다그치면, 독서실에 있었다고만 말합니다. 독서실에서는 휴대폰소리를 무음으로 바꿔야 하기에 전화나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아들의 말은 신뢰하기 어려운 허술한 변명입니다. 하지만, 모른 척 믿어주고 넘어갑니다.
씻기 싫으면 양치질은 꼭 하고 잠자라고 말하면 '네'라고 대답만 할 뿐, 실행은 하지 않습니다. 방 좀 치우고 살라고 말하면 '네, 치우려고 했어요.'라고 말하곤 마지못해 방을 정리합니다. 새벽까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느라 잠을 안 자는 아들에게 그만하고 자라고 하면, 이때도 역시 '네~'라고만 말할 뿐, 1-2시간이 더 지난 후 잠자기에 들기 일쑤입니다.
이런 아들을 보면, 아들에게가 아닌 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아들을 저렇게 잘못 키우고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 때문에 괴롭습니다. 제때 혼내면서 아이를 가르쳐야 했는데,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달라질 거야...라는 믿음만 붙들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화를 참으며 설명합니다.
대답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고 말하곤, 실행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무시라고...
약속을 해놓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것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결국, 아들 너는 아빠와 엄마를 무시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런 아들에게 실망하면서도 또다시 믿어줍니다. 내 아들, 내자식이니 잘 될 거라고 다짐합니다. 아들 본인도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또다시 아들이 달라지기를 기다려줍니다.
오늘 아침...
아들에게 밥 먹으러 나오면서 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고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기분 좋게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부지런히 아침을 먹여서 학교에 보냈습니다. 동생과 아내도 잘 먹여서 보냈습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안방과 아이들 방에 가서 빨랫감을 찾아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큰 아들은 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만 했을 뿐입니다. 순간, 화가 났습니다. 학교 가는 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잔소리를 할까 망설였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낼까도 고민했습니다.
숨 한번 길게 내뱉고, 물 한잔 마시며 참았습니다. 그리곤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나 오늘도 무시당한 거지? 그런 거지?...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