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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린 Jun 18. 2023

#행운과 리스크

행운과 리스크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우리네 세계에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의 성패는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다는 의미인데, 인생에서 힘든 시기마다 이 말을 어찌나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그 이상한 주문과도 같은 단어는 실패를 마주했을 땐 나의 든든한 자기합리화의 방패막이, 성공을 마주했을 땐 자아도취의 칼날이 되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행운’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온실 속에서 꽤 풍요롭고 비교적 안정적인 인생을 살아온 내가, 20대 후반의 현실을 맞닥뜨린 후에야 발견했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나에게 ‘행운’이란 마치 햇빛을 정통으로 내리쬔 모래사장 한 가운데서 손에 화상을 입어가며 발견해 낸 새카맣게 그을려진 보석 같다.


‘행운’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이 잠길 때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유의지’까지 생각이 닿곤 한다. 

결국 행운이 내 삶에서 큰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어차피 내 삶의 엔딩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삶을 어째서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아도 되는 것 아닐까? 


스물아홉인 지금의 내가 불만족스러운 월급을 받는 직업을 ‘선택’한 것, 남들 다 돈 버는 주식장에서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 ‘선택’을 한 것,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얻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선택’을 한 것.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 즉 운명에 대한 결과라면 나는 어떤 삶을 앞으로 살아야 하는가?


물론 위와 같은 내 생각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저 불만족스러운 현재 나의 상황에서 꼬투리를 잡아 ‘운이 없었어’라며 또다시 합리화하고 있는 셈이니깐. 그럼에도 ‘내가 선택했으니 내가 책임져야지’라는 무거운 책임감 아래서 가끔 하늘이라도 원망하며 숨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다소 우울한 문장들의 나열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이 불만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충분히 행복하고, 충분히 잘 가꿔가고 있는 점도 분명히 있다. 아마도 내가 이토록 ‘성에 차지 않아’ 계속해서 좌절감을 마음속 한켠에 지니고 있는 것은 도파민 중독 때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고통스러운 긴 시간을 거쳐 아주 찰나의 성취감을 이미 맛본 나는 계속해서 더, 더, 더 큰 성취감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도파민에 제대로 중독된 상태 같다. 


도파민이란,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을 ‘가지거나 이루는 상상을 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으로 흔히 알고 있는 아드레날린과는 전혀 다르다. ‘운칠기삼’이라는 단어에 좌절해도, 다시 일어나  다음 날 열심히 뛰도록 만들어 주는 아주 고마운 동기부여 담당 호르몬이긴 하다. 

그러나 너무 지독하게 중독되어 있어 시지프스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도 잠시,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면 내 뇌는 잡생각 슬롯을 아예 닫아버릴 테니. 

언제 괴로운 새벽이 있었냐는 듯, 해가 뜨면 뭐에 홀린 것 마냥 일하고, 공부하고, 또 일을 한다. 

역시. 삶은 뫼비우스의 띠가 분명하다. 


이처럼 성취감(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내가 40대, 50대가 되어서 ‘충분히’라는 단어를 삶의 모토로 삼을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돈의 심리학> 책에서는 분명 좋은 말을 해주고 있다. 

나의 귀중한 가족, 친구, 행복들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리스크를 언제 멈춰야 할지 아는 것이라고. 이는 단순히 돈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건강과도 직결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40살의 내가 ‘충분히’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멈출 수 있도록, 

내 운명은 두 권의 책으로 나를 인도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읽게 된 <돈의 심리학>, 그리고 <도파민 형 인간>. 이 두 권을 알게 해준 내 주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의 잡생각은 접도록 해야겠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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