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헷갈린다. 나는 차를 사고 싶은 걸까, 차를 사고 싶지 않은 걸까. 지금은 차를 사도 되는 때일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는 때일까. 사고 싶은 마음도 맞고 사기 싫은 마음도 맞다. 다 내 마음이다.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결정적인 그 ‘한 방’이 없어서,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붕이는 그럭저럭 잘 굴러다닌다. 미션오일 엔진오일 네 개의 바퀴, 다 새것으로 바꿔준 덕일 것이다. 우리 시붕이는 경제적이기도 하다. 일주일간 주유비 30,000원이면 회사-집-체육관이라는 나의 생활 반경을 너끈히 돌아다니고도 남는다. 게다가 경차 환급 카드로 유류비를 결제하기 때문에 30,000원어치 주유하면 5,000원 정도가 할인된다. 25,000원이면 시붕이와 일주일을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럭저럭 잘 몰고 다니고 게다가 경제적인 거 보면 차 사는 일은 시기상조라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또 어제는 민서팀과 대청댐에 놀러 갔다가 차 사고 싶은 콧바람이 다시금 일렁이는 거다. 차 안에 텐트니 테이블이니 의자니 짐을 가득 싣고 온 캠핑족들, 그에 반해 돗자리 하나가 짐의 전부였던 우리. 시붕이 트렁크가 너무 작아서 내키는대로 짐을 다 실을 수 없어서 최소한의 것만 싣고 다닌다. 텐트족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다. 따사로운 봄볕과 따가운 흙먼지를 피해갈 수 없었다. 텐트랑 캠핑테이블이랑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시붕이보다 큰 차를 갖고 싶다는 거품이 또 일렁였다.
김민서도 분명 그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에, 생크림 케익을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있던 그녀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민서야, 이모가 고민이 있어. 한번 잘 들어봐봐. 이모는 차를 사고 싶지만 큰 돈이 들어서 고민이야. 1번 할부를 해서라도 새 차를 산다. 2번 그냥 돈을 아끼면서 똥차를 몰고 다닌다. 어떻게 할까?”
“3번 돈을 모아서 새 차를 산다.”
꼬마 판사의 현명한 판결이었다. 꼬마 판사의 판결대로 일단 구매 보류.
정을 많이 받은 물건은 ‘도깨비’가 된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탔던 차가 폐차장에 가서야 시동이 안 걸렸다는 같은. 고장이 났다고 오해했던 순간마다 ‘이놈의 똥차, 내가 바꾸고 말지!’ 하고 윽박질렀던 그 말 때문에 시붕이가 연식 그 이상의 힘을 내고 있는 건 아닐는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왜인지 시붕이는 폐차 직전까지 잔 고장만 날 뿐 탈 없이 나와 길 위를 작고 보잘것 없는 모습으로도 아주 ‘시’발 당당하게 ‘붕붕’ 질주할 것 같은 뜻밖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렇게 된 거 꼬마 판사의 현명한 판결대로 돈 모을 때까지 일단 일보후퇴다! 그때까지 시붕이가 도깨비가 되어주기를 은근슬쩍 빌어본다. 운전도 하고 돈도 모으고 돈도 아끼고 일석삼조의 길. (왠지 나는 차 사지 말아라, 하는 마음을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