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섰다. 흐릿한 조명 아래 비친 내 모습에서 피곤함과 함께 묘한 낯섦이 느껴졌다. 거기엔 분명히 내가 있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한 내가 있었다. 피곤함에 가려져 있던 내 표정은 어딘가 생기를 잃은 듯했고, 익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눈빛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얼굴의 주름 사이로 스쳐 지나간 시간들, 삶의 무게가 눌러앉은 눈빛, 그리고 조금은 지친 어깨.
나는 현재 만족스러운가?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대답은 결코 쉽지 않다. 한동안 마음속을 헤매야 했다. '만족'이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만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질적인 풍요? 인간관계의 안정감?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긍정?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내 인생이 하나의 캔버스라 믿었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어떤 색이든 마음대로 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캔버스에 제약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감이 부족할 때도 있었고, 붓질이 서툴러 얼룩을 남길 때도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계속 커졌다. 항상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습관은 내게 끝없는 목마름을 남겼다. 무언가를 가졌을 때 느끼는 흡족함을 만족이라 한다면, 결국 인생은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것이 물질이든, 관계이든, 지식이든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온전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미래의 어떤 상상 속에서만 위안을 찾으려 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의 일상이 때로는 무감각하게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고, 늦은 밤이 되면 몸을 뉘인다. 소소한 기쁨과 작은 불편함 속에서 익숙한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이 익숙한 평범함 속에 내 삶의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족은 결핍이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모두 인정하고,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불완전함 속에서도 완전함을 느끼는 지점을 찾는 것. 아마도 그것이 진정한 만족이 아닐까? 내가 그 지점에 다다랐는지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이제는 적어도 '만족'이라는 단어를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현재 만족스러운가?" 이 질문 자체가 나를 성찰하게 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조율하게 한다.
삶은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성숙함에 과연 내가 다다를 수 있을까? 불완전함을 껴안고, 오늘 하루의 소소한 만족을 곱씹으면서. 언젠가, 내가 이 질문에 더 단호한 대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대답이 어떤 것이든, 나는 그 답을 기다리며 지금을 살아갈 것이다. 담담하게, 그리고 정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