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세계일주 열네 번째 이야기
노을을 품은 에펠탑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숙소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로 꽉 찼던 광장은 어느새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나를 발견했다.
우리 집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거실에 모여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그 시간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자리가 아닌 한 주간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마음을 나누며, 서로 간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순간인 것이다.
세계일주를 시작한 지 약 네 달 정도 지난 지금, 사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을 계속 혼자 다닌다는 것은 부담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데.
그런 마음을 품은 채로 안부 전화를 드려 사랑하는 부모님과 한참 동안 다시금 마음을 나누다 보니 문득 내 마음 한 구석에,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또 그곳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실로 얼마나 큰 위로와 평안함으로 다가오던지.
매한가지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에 존재하고 또 세상은 점점 더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오늘 하루도 다시 한번 더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본향이 실재하고, 그리고 그곳에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는 분이 그곳에서 우리를 두 팔 벌려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그날 밤, 에펠탑 앞은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