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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석 May 10. 2022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로

리마인드 세계일주 열네 번째 이야기


노을을 품은 에펠탑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숙소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로 꽉 찼던 광장은 어느새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나를 발견했다.


우리 집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거실에 모여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그 시간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자리가 아닌 한 주간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마음을 나누며, 서로 간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순간인 것이다.


세계일주를 시작한 지 약 네 달 정도 지난 지금, 사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을 계속 혼자 다닌다는 것은 부담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데.


그런 마음을 품은 채로 안부 전화를 드려 사랑하는 부모님과 한참 동안 다시금 마음을 나누다 보니 문득 내 마음 한 구석에,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또 그곳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실로 얼마나 큰 위로와 평안함으로 다가오던지.


매한가지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에 존재하고 또 세상은 점점 더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오늘 하루도 다시 한번  기쁨으로 나아갈  있는 것은 우리가 돌아갈  있는 본향이 실재하고, 그리고 그곳에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는 분이 그곳에서 우리를   벌려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그날 밤, 에펠탑 앞은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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