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열아홉 번째 이야기
쿠스코에선 매일 밤, 저녁을 먹은 후 정처 없이 광장을 거닐었다. 그 이유는 광장 자체도 예뻐서였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광장에 울려 퍼지는 수많은 버스커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버스커, 로베르토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평생 음악을 하시다, 지금은 세계 여러 곳을 누비는 버스커이자 여행자이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땐 다른 버스킹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 한쪽이 먹먹했달까.
선생님은 그 순간 단지 노래를 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내겐 선생님께서 당신의 삶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단연 좋은 무대도, 장비도 없는 거리. 버스킹을 통해 한 푼의 소득이 없는 어느 날엔 질문을 드렸다. 괜찮냐고. 선생님은 이내 대답하시길, “I'm good. because I'm a busker.”
선생님에게 있어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은 버스킹을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길 위에서 버스커로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그 자체가 그의 목적이었던 것.
어떨 때는 삑사리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분위기를 애써 띄우기 위한 일격의 농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의 싸늘한 반응처럼, 그 투박한 모든 것들이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아있음을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또한 버스커가 아닐까. 실제로 소리만 나지 않을 뿐이지, 투박하더라도 진솔하게 각자의 길 위에서 자신의 삶을 목청껏 흥얼거리는 버스커 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삶의 노래를 불러야 할까. 선생님처럼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저 삶의 노래를 목적 그 자체로 여긴다면 참된 노래를 부르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