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세계일주 열여덟 번째 이야기
하늘과 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우린 열세 시간을 달리는 야간 버스에 몸을 싣었다. 그렇게 우유니 마을에 도착한 우린 한시라도 빨리 은하수가 수 놓인 우유니를 마주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투어를 신청을 했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에 모인 우리들은 가이드 에르난이 모는 오래된 사륜구동 트럭에 몸을 맡긴 채로 끝없는 어둠 속을 달리고, 또 달렸다.
이내 포인트에 다다르자 우린 마치 미리 이야기가 된 것처럼, 머리 위와 그리고 발아래에 끝없이 수 놓인 은하수를 보며 숨죽여 감탄했다. 마치 이 비현실적인 시공간에서의 서로의 감동을 존중한다는 것처럼.
끝없이 수 놓인 별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이 우유니만의 특별한 순간 가운데 내게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광대한 자연 앞에서의 한 인간이 느끼는 깊은 숙연함이었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라고 명명했다.
그도 이 광활한 우주 가운데 놓여있는 먼지 같은 지구를 보곤 이런 숙연함을 느낀 것일까.
그는 우주가 끝없이 공허하고 광대한 무대 가운데라면, 지구는 그저 극히 작은 먼지 같은 무대라 하였다. 그리고 우린 바로 이 먼지 같은 작은 무대 한 구석에서 누군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를 시기하고 파괴하는, 그래서 끝내 유혈의 강을 흐르게 했다는 것.
그 고요한 적막 가운데서 나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난 인간의 가슴 아픈 버릇이 오늘날 내게도 여전히 묻어있음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았던 모든 시간들.
사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지금도 쉽지만은 않지만,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서로를 그토록 미워하고, 비방해도 우린 결국 이 작은 점 위에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작은 점 위에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 광활한 우주 가운데 놓인 우린, 아주 작은 생명체로써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이 드넓은 우주의 광대함을 견딜 수 있다는 것.
고요한 적막과 걸을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소리.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마침표가 찍어질 즈음엔, 저 멀리 새벽 여명이 눈부시게 밝아 오고 있었다.
강하고 그리고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