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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혼 Sep 22. 2020

<이른 나이에 이른 '기레기'>Shame..

자괴감에서 오는 부러움

2017년 말 금융권 채용비리 상황을 말해야 될 것 같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빨대'가 있던 나는 "다른 은행도 채용비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8년 초 난 금융그룹 K를 취재했다. 당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A 씨의 후배가 금감원 담당 국장급 간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노조 측 확인 결과 "회장 라인 지인들을 면접에서 빼줬다"라는 증언까지 확보하고 금감원에서 회장 지인들의 자식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으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취재 이후 금감원 간부는 지방으로 좌천됐다. 그러나 데스크에 의해 기사를 '킬' 당했다. 문제는 또 광고였다. 한편 당시 K의 인사팀장과 관련자들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집단이라는 데스크에 의해 '희생'됐다. 데스크의 목적은 돈이었다. "또 돈이냐 XX!!!"술을 마시며 욕을 퍼부었다. 그렇게 난 사익을 추구하는 '악의적' 희생양이 되어갔다.
금융권 채용비리는 아직 존재한다. 최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신한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사들을 쭈욱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며 기자수첩을 써 봤다. 


‘신급 인맥’으로 한계선 넘어간 은행 직원들  



2017년 말, 금융권에 피바람이 불었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채용비리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당국과 사정기관의 쌍칼은 각 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향했다.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장이 구속 기소되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부회장 등이 검찰의 칼끝에 섰었다. 검찰은 이들뿐만 아니라 각 은행들의 인사팀장과 일부 임원들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법원은 일부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최고경영자들에 대해선 기각을 결정했다. 그렇게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제는 사실상 채용비리로 합격한 일부가 아직 은행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최근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보도의 핵심은 “공정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합격”한 이에 대해 신한은행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부회장의 조카손자인 나모 씨는 “공정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합격”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사람이다. 


신한은행 측은 이 같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기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싶다. “1만여 명을 뚫어야 한다는 현실의 벽을 올라가고 있는 청년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발언이다. 원론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청년들에게 자괴감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특히 기자는 묻고 싶다. "‘신급 인맥’으로 수만이라는 한계선을 넘어 은행 직원이 된 그들에게 양심은 집에 두고 왔냐"라고 말이다. 


지금 읽어보니 형편없다. 더 많은 공부와 책 읽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셜록>의 기자인 이명선 선배님과 김보경 기자와 만났다. 그들에 비하면 난 한 없이 초라한 사람이다. "인용보도를 하고 싶다"라는 연락에 이 선배님은 흔쾌히 응해주셨고 "만나죠!"라고 답해주셨다.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지속적으로 인용보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하고 있다. 왜?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언론사에서 신한금융과 사이가 좋다는 이유로 잇단 '킬'을 당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계속 보도할 것이다. 계속 킬을 당하고 욕을 바가지로 처먹으며 비난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기자를 회사 수익을 위한 도구로 여기며 '우라까이'식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그들이 역겹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으로 'KILL'이라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일까?... <셜록>뿐만 아니라 돈으로 KILL을 당해도 되지 않는...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 이들이 부럽고 연이은 자괴감에 빠지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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