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의 마약 사건은 일단락됐다. '좌충우돌'과 같은 여러 암초가 있었으나 취재 과정에서 수도권 마약공급책인 '바티칸 킹덤'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사라진 것이 다행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두 달 간의 취재 이후 이렇다 할 흥미를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며 정신병 치료를 받고 다시 현실적이고도 이성적 판단을 하던 과거의 냉정했던(?) 나로 돌아가려 노력 중이다.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들에 대한 취재를 하려니 '자극적'이고도 '이슈화'가 됐던 사건들에 대해 취재했던 내가 원망스럽다. 웃고 떠들기만 하고 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아니게 됐는지, 그들은 어떻게 마약을 국내로 들여오는지 등에 대한 여러 의미 있는 취재를 하지 못했다.
사실 이 같은 취재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더라도 기사로 쓰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 사건에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보도를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내 실력이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른바 약쟁이들의 말은 믿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은어와 비속어와 그들의 일상생활은 '카르텔'로 형성됐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상당했다.
기자는 사건을 취재할 때 피해자와 제보자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나는 공감을 넘어 동화가 되어버렸고 사회적 의미라는 목적과 의무를 잊어버린 기레기가 되었었다. 주로 '황하나의 만행을 알려야 한다', '황하나랑 마약을 했던 애들은 어떤 애들이다'라는 자극적인 요소를 보도했다는 반성이다.
그들의 삶과 언어에 동화되었기에 나 자신도 망가진 듯하다. 이젠 좀 나아지고 있지만 행복이라는 저 멀리에 있는 요소는 차츰 내 신념 밑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 같았다.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그 누구를 웃게 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행동할 수 있겠는가? 약간이나마의 이성적 판단을 하려 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제보자는 제보자들끼리 다투고 "완전한 피해자란 없다"라며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돌아다닌다. 황하나 바티칸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런 얘기가 돌았다.
"단독 보도를 연이어하던 기자들이 (성)접대나 금품을 받은 듯하다."
누구를 통해서 이런 얘기가 돌았을까? 제보자들? 선배들? 모른다. 내 인생을 걸고 맹세하건대 지금까지의 난 저런 걸 받아본 적도 받으려 한 적도 없다.
내가 이 사건을 취재했던 이유는 하나다.
이 나라에 왜 이렇게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이 많은지...
허나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취재와 보도에 실패했고 명확하게 밝혀낸 것조차 없었다. 2019년 강남권 클럽 직원들이 마약 성범죄에 연루됐음에도 현재 여러 클럽을 운영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