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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Aug 07. 2023

어찌어찌도 좋지 않을까.

새로운 시각을 얻은 오늘

정리수납컨설팅 일을 나갔을 때.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방을 혼자 맡았다. 옷장, 책상, 책장, 침대가 있는 방. 옷, 책, 학용품, 장난감 등을 정리해야 한다. 방 하나를 혼자 맡아서 하는 건 처음이다. 아직은 인턴이라.


팀장님께 어떤 순서로 일을 해야 효율적인지 물어 대략적인 차례와 방법을 정하고 일을 시작했다.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시간에 쫓기게 됐다. 아무리 인턴이고 인턴혼자 방 하나를 맡는 건 무리가 있다고 해도 제시간에 끝내고 싶었다. 늦어서 팀원들에 폐를 끼치기 싫었다. 그래서 오후가 되자 심장이 콩닥콩닥. 숨 쉴 여유가 없어졌다. 그때 팀장님이 팀장님 맡은 영역을 끝내고 도와주러 오셨다. 그제야 한숨 돌리고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정리해 제시간에 마무리. 모두가 흡족하게 정리가 되었다.


후에 이때 일을 얘기하는데 팀장님이 "얼마나 부담 됐겠어~ 어찌어찌하는 거지"라고 하셨다. '어찌어찌'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그동안 어떤 일이건 어찌어찌하는 걸 꺼렸는데, 그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찌어찌가 아니라 과정이 어찌어찌.


자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없을 때, 어찌어찌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고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번에 해보니 내가 어찌어찌한다고 결과도 어찌어찌하진 않았다. 일이 부담이 되고 과정에 내가 자신이 없어서 어찌어찌가 되었을 뿐이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라면 어찌어찌가 아니라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일을 하겠지. 그건 오늘의 어찌어찌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니 다음에 또 좀 버거운 일이 주어지면 또 어찌어찌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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