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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Jul 22. 2023

그만하는 것도 용기였네

진작 그만둘걸 하는 오늘들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보태니컬아트 수업을 이번 학기에는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학기 수업도 마지막 3주는 안 나갔다. 재미있을 것 같고 마음이 불안할 때나 스트레스가 생길 때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싶어 배우기 시작한 것인데 그 수업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포기하기 싫어 참고 다니다 취미가 이럴일인가 싶어 그만두었다.


수업에 나가면서 그만 둘 생각은 여러 번 했다. 연필로 하는 그리기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보태니컬아트 준비물을 알려줄 때가 처음이었다. 색연필값만 15,6 만원 정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 그만할까 했다. 그렇게 돈을 들이면서까지 배우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집에 있는 색연필로 도화지에 꽃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지 전문가의 도구가 필요한 줄 몰랐다. 수업을 하는 데 그만큼 돈이 들어가는 줄 처음에 알았다면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시작했으니 해봐야지, 꾸준히 하기 괜찮은 취미야 하는 마음으로 그만두지 않았다. 색연필을 포함해서 도구값이 2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보태니컬아트를 시작. 밑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색을 칠하는 걸 배워갔는데 그때 또다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숙제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진도를 얼른 나가고 싶어서였는지, 진도가 느리면 수강생들이 지루해할까 걱정되어 그랬는지 숙제를 계속 내주었다. 숙제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이라 숙제할 시간도 일주일이 있었지만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다.  번은 해가고 몇 번은 못해갔는데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수업시간에만 그리면 좋겠는데.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다. 밑그림은 어찌어찌 책을 보고 따라 그리겠는데(물론 선생님이 고쳐주긴 하지만) 색을 넣기가 어려웠다. 선생님이 직접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어도 막상 색연필을 쥐면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손을 움직여야 할지 막막했다. 수강생들이 유튜브를 찾아봤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찾아서 보니 설명이 잘 되어있었다. 수업에 도움이 되겠네 하는 생각과 함께 취미인데 따로 공부까지 해가며 수업을 들을 일인가 싶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 수업에 나가는 건 결국 그만하기로. 


지금은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 마음 내킬 때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린다.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마음이 홀가분했다. 마지막 즈음 수업도 빠졌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좋았다. 진작 그만뒀어야 했는데. 아닌 걸 알았을 때 그만두지 못하고 억지로 이어왔다. 


생각해 보면 일찍 그만둘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잘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어려운 걸 참고 이어나가는 것보다 그걸 그만두는데 더 힘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두어야지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용기 있게 멈췄으면 돈도 안 쓰고 마음 불편할 일도 없었을 텐데. 좋아하고 재밌는 것에 시간과 힘을 더 쓰는 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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