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덤으로 생긴 기분
일이 취소되어 즐거운 오늘
어제 저녁에 카카오톡이 왔다. 오늘 일요일 일에 섭외했던 정리업체대표. "고객이 갑자기 정리할 곳을 줄여서 인원이 한 명 적게 들어가게 됐어요. 미안해요." 그럼 인턴인 내가 빠진다. "괜찮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대표님은 미안해하나 나는 정말 괜찮다. 진짜 괜찮고, 괜찮은 걸 넘어서 너무 좋다. 갑자기 토요일 저녁이 마음껏 편안해지고 주변의 공기가 부드러워진다. 남편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텔레비전도 재밌고 일요일에 뭐 하지 기대가 된다. 내가 이렇게 일 나가기 싫었나.
일이 잡혀있었을 때는 오히려 날짜가 안 맞아 놓친 두 건의 일이 아까웠는데 일이 없어지니 그 두 건도 아깝지 않다. 처음부터 7월 둘째 주까지는 쉰다고 일을 거절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지금은 생리 중이라 일을 나가도 살짝 불편할 때고 다음 주는 중요한 일이 있어 신경도 조금 날이 서있다. 그 밖에도 여러모로 일요일에 일을 나가는 게 편하지 않았다. 돈을 더 벌면 좋겠는 걸 하는 생각으로 불편과 부담을 감수하고 일을 잡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이 취소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된 거라 마음도 편하다. 아직 배가 안 고파 그런가.
일요일 하루라는 시간이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덤으로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일을 나가면 받았을 일당으로 하루를 산 것일 수도. 어쨌든 신나는 하루가 생겼으니 다른 하루보다 몇 배 실속 있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