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는 굼벵이 Jul 09. 2023

하루가 덤으로 생긴 기분

일이 취소되어 즐거운 오늘

어제 저녁에 카카오톡이 왔다. 오늘 일요일 일에 섭외했던 정리업체대표.  "고객이 갑자기 정리할 곳을 줄여서 인원이 한 명 적게 들어가게 됐어요. 미안해요." 그럼 인턴인 내가 빠진다. "괜찮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대표님은 미안해하나 나는 정말 괜찮다. 진짜 괜찮고, 괜찮은 걸 넘어서 너무 좋다. 갑자기 토요일 저녁이 마음껏 편안해지고 주변의 공기가 부드러워진다. 남편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텔레비전도 재밌고 일요일에 뭐 하지 기대가 된다. 내가 이렇게 일 나가기 싫었나.


일이 잡혀있었을 때는 오히려 날짜가 안 맞아 놓친 두 건의 일이 아까웠는데 일이 없어지니 그 두 건도 아깝지 않다. 처음부터 7월 둘째 주까지는 쉰다고 일을 거절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지금은 생리 중이라 일을 나가도 살짝 불편할 때고 다음 주는 중요한 일이 있어 신경도 조금 날이 서있다. 그 밖에도 여러모로 일요일에 일을 나가는 게 편하지 않았다. 돈을 더 벌면 좋겠는 걸 하는 생각으로 불편과 부담을 감수하고 일을 잡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이 취소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된 거라 마음도 편하다. 아직 배가 안 고파 그런가.


일요일 하루라는 시간이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덤으로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일을 나가면 받았을 일당으로 하루를 산 것일 수도. 어쨌든 신나는 하루가 생겼으니 다른 하루보다 몇 배 실속 있게 써야지.

작가의 이전글 일의 보람은 통장에서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