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놓이는 풍경
아파트 불빛에 안심했던 오늘
멀리 일(정리컨설팅)을 다녀오게 됐다. 경기도 광주 끝자락. 나는 의정부에 산다. 근처 사는 선생님(정리컨설팅을 하는 분들의 호칭은 선생님이다.)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갔다.
두 시간 정도 예상하고 출발해 늦지 않게 도착했다. 자매 두 분이 같이 살며 정리수납컨설팅을 의뢰. 유쾌한 두 분. 서울 가운데쯤 살다 점차 내려와 경기도 광주까지 왔다며 이러다 부산까지 가겠다고 농담한다. 덕분에 재밌게 일을 마치고 퇴근.
아직은 해가 일찍 지기에 출발할 때부터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 식당이며 카페가 있는 곳은 가게 불빛으로 밝은데 나머지는 까맣다. 밖을 봐도 보이는 게 없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며 불빛이 보인다. 그제야 내가 사는 곳에 들어왔구나 하며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조금 더 가 보이는 의정부 표지판. 같이 차를 타고 가던 선생님들은 표지판을 보자 안심이 된다며 얘기를 꺼내신다. 멀리 나갈 때는 의정부 표지판을 보고 늘 집에 왔구나 안심을 하신다고. 그 표지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단다.
반면에 나는 빌딩과 아파트 불빛을 봐야 안심을 한다. 어릴 적, 이모와 삼촌들이 주로 사는 대전에 종종 다녔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에 다녀올 때면 빌딩 불빛이 나타나는 걸 보고 서울(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의정부 생활 2년 차)이구나 하고 안심했다. 서울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깜깜한 밖이 내심 무서웠었다. 그 기억이 쭉 이어져서인지 지금도 멀리 다녀올 때면, 특히 밤에는, 빌딩과 아파트 불빛이 보여야 마음이 놓인다.
사람들은 어떤 풍경에 마음을 놓을까. 긴장을 풀게 하는, 집에 다 왔다, 하는 안심을 주는 풍경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