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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욱 Apr 24. 2020

독백과 웅얼거림은 다르다.

말의 감각을 키워라 - 독백과 웅얼거림의 차이

 어제 이어 계속 쓰는 2부입니다.  어떻게 하면 설민석씨처럼 맛깔나고 재밌으면서도 쏙쏙 들어오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 여러분이 키워야 할 것들 중 첫 번째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바로 ' 말을 하는 목적의 명확성'입니다. 


 최근에 한 선생님과 같이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이 들어가기 전 대화를 나눌 때는 말하는 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방송이 들어가자 갑자기 말씀하시는 게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웅얼거림이었습니다. 

목소리의 볼륨도 급격하게 작아졌습니다. 핀 마이크를 입 가까이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전달이 전혀 되지 않아 진행하는 동안 내내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제가 그 문장을 그대로 다시 말해야 했습니다.  " 아 그러니까, XX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 이렇게 말입니다. 



*  자 잠깐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독백과 웅얼거림은 전혀 다릅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둘 다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독백으로 진행한 광고를 한 번 들어보시죠.

(10초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


 

  독백과 웅얼거림은 모두 '말을 듣는 구체적인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독백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지가 명확한 반면 웅얼거림은 그렇지 않습니다.  웅얼거림은 '원래는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나와야 하는 말이 긴장이나 훈련부족으로 인해 그 의도가 상실된 말인 것입니다.  (웅얼거림을 영상으로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만 사례를 찾지 못해 글로 간단히 설명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자 우리가 단상에서 청중을 향해 말을 할 때는 목적이 있습니다. 잘 쓰인 대본을 들여다보면 각 문장마다 확실한 목적이 있죠? 설득을 위한 문장이 있고 설명을 위한 문장이 있습니다. 또 공감해주거나 강연의 마지막으로 가면 행동을 촉구하는 의지적인 문장도 있습니다. 각 문장의 목적에 맞게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의 이해는 빨라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강하게 설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말을 하면서 대부분의 말이 무슨 목적인지도 알 수 없게 들린다면 , 당연히 사람들은 지루해하고 별 영향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일상에서 일상어로 대화를 나눌 때는 크게 말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우리는 설득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또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회적인 욕구'를 채우는 목적이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무 말이나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본인조차 모르는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또 이런 친근한 대화에서 말의 목적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면 듣는 사람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 


 자.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모국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잘 하더라도  강의를 잘하는 것은 별개인 것입니다. 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원고가 있더라도 그것을 '목적성이 명확한 ' 말로 한다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것이죠.  본인이 이 말을 왜 하는지를 모르고 말하게 되면 목소리도 허공에 흐트러지게 되고 일상에서 우리가 수없이 듣는 '그저 그런 말뭉치' 처럼 듣는 사람의 귀를 스쳐지나갈 뿐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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