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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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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Oct 24. 2022

산국 향이 가득

      

산중 언덕은 가을답게 단풍이 물들고 있어 눈이 호강하고 있다. 오랜만에 붉고 노란 단풍을 본다. 어느 해는 가뭄으로 어느 해는 해충으로 또 어느 해는 이른 서리로 인해 예쁜 단풍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 가을은 다른 해보다 더 깊고 그윽하게 느껴진다. 단풍과 다르게 야생화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며칠 전 갑자기 추워지면서 언덕의 들꽃들은 대부분 시들었다. 하지만 그 추위에도 노란 산국은 싱싱하게 피어 있다. 지금 이 산중 언덕은 산국 향이 진동한다.      


산국 차를 만들기로 했다. 산국 차 만드는 방법은 개인 차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만들기로 했다. 내가 마실 꽃차이기에 불만도 불평도 들어오지 않기에 마음대로 만들기로 했다.   

   

 산국은 일반 국화에 비해 꽃이 매우 작다. 작지만 그 향은 큰 꽃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꽃차로 만들었을 때 향은 좋지만 쓴맛이 난다. 그래서 몇 년 전에 딱 한번 만들어 먹었을 뿐이다. 그 쓴 맛이 생각나 산국 차를 만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언덕에 노란 산국이 만발해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 바구니를 들고 언덕을 향해 걸었다.  눈으로 한번 마음껏 보고 눈이 시원해질 때쯤 코에 자극은 극에 달한다.  눈이 먼저냐 코가 먼저냐 알 수 없다. 그저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사실일 뿐이다. 거닐면서 작은 노란 꽃을 땄다. 톡톡 꽃송이가 꺾일 때마다 그 향에 취하는 것 같다.  먹을 만큼만 땄다. 바구니에 담긴 산국 향을 맡으니 마음이 몽실해진다.  


   


꽃을 한번 찐 후 몇 번의 덖음 과정과 식히는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많이 따지도 않았지만 덖음 과정을 거친 산국 양은 더욱더 적어졌다. 겨우 머그컵 한 잔 정도의 양이다. 이만큼이면 됐다. 가끔 생각날 때 마시면 된다. 녹두만큼 작아진 꽃을 보니 저 작은 꽃에서 맛이 우러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작은 오두막 안에 산국 향과 특유한 쓴 내가 가득하다. 따뜻한 산국 차를 마시면서, 올 겨울이 기대되는 느낌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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