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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프셉 Jan 09. 2023

4월 30일(#3 D17): 혈액

RBC, PC, pheresis, cyro, FFP

‘혈액’ 종양 내과에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혈액에 관련된 질환도 진단 및 치료하고 있다.

대부분은 적혈구, 혈소판, 혈액응고인자 등이 부족해서 입원하지만 가끔 과다해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두통,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가진 진성적혈구증가증(erythrocytosis)과 같이 이름도 생소한 질환은 적혈구를 무한정 생산하여 혈액검사 시 Hb이 남성 17g/dL, 여성 15g/dL 이상으로 측정된다. 실제 내가 봤던 여성환자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는 Hb 22g/dL이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혈(phlebotomy)을 시행한다. 임상에서는 20G 이상의 IV route 확보 후 혈액은행에서 헌혈할 때 쓰는 것 같은 커다란 용기를 타와서 연결한다. 연결 후에는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중력에 의해 혈액이 용기 내로 빨려 들어간다. 하루에 보통 1~2 pint를 제거하며 시간은 1 pint당 2~4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혈과 마찬가지로 활력징후 측정이 필요하다. 사혈은 헌혈과 달라 혈액을 재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기한다.   


수혈에 관해서는 바로 전 챕터에서 잠깐 다뤘다.

보통 당일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수혈 여부를 결정한다. 병동에서 수혈 처방을 확인해 보면 암환자들은 일반 혈액이 아니라 저장 전 혈액 또는, 방사선조사혈액으로 처방된다. 저장 중에 백혈구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들이 발열성 수혈반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백혈구제거' 혈액제재라고 하는데. 백혈구제거란 혈액성분에서 백혈구를 제거하는 과정을 말한다. 공급혈액원에서 백혈구를 미리 제거 후 의료기관에 공급된 제제는 '저장 전 백혈구제거'(pre-storage leukocyte reduction)라고 한다. 따라서 저장 전 혈액은 일반 수혈 세트를 사용한다. 의료기관 혈액은행에서 백혈구제거를 시행한 제제는 '저장 후 백혈구제거' (post- storage leukocytoe reduction)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수혈 필터가 필요하다. 저장 후 백혈구 제거 제재는 방사선처리를 위해 일반 혈액보다 2시간 정도 더 소요되며 수혈 필터도 굉장히 뻑뻑해서 빠른 투여가 어렵다. 출혈이 엄청나거나, 응급상황일 때는 암환자에게도 일반 농축적혈구 혈액으로 처방받기도 한다. 적혈구와 혈소판의 필터는 다르게 생겼고, 준비도 다르게 필요하다. 다음의 사진은 일반 적혈구, 혈소판 수혈세트이며 저장 전 백혈구제거 혈액, pheresis를 투여할 때 사용한다.

일반 수액세트와는 달리 끝에 바늘이 달려있다. 적혈구와 혈소판은 다른 수혈세트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방사선조사 혈액의 필터 수혈세트는 조작이 까다롭다. 다음의 그림을 참고하자. 뻑뻑하기도 뻑뻑한데, 천천히 투여하는 경우 필터 안에서 혈액이 굳어버리는 일이 빈번하니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실제 적혈구용 방사선조사 필터와 챔버


혈액 처방이 나면 혈액형검사(ABO, antibody, cross matching)를 나가면서 IV route를 확보(RBC 수혈 시 20G 이상, PLT 수혈 시 22G 이상)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케모포트는 19G이므로 투여가 가능하고 히크만은 red lumen으로 투여하므로 IV route를 확보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또 여기서 경우의 수가 있다면, 수혈은 단독으로만 주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단할 수 없는 약(승압제등)을 central route로 투여 중인 경우 따로 IV route를 확보해야 한다. 이때 앞에 direct 3 way를 연결하여 수혈 시 flushing이 필요할 경우를 준비한다. 수혈동의서와 전처치 처방을 확인한다. 이때 수혈동의서를 누가 작성하는지, 어떤 주기로 재작성해야 하는지 까지 알아두도록 하자.(본원에서는 수혈동의서를 매 입원시마다, 외래에서는 연 1회 작성하고 있다.)

이후 혈액이 준비되면 먼저 환자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혈액을 타오고 육안으로 보았을 때 문제가 없는지 확인 후 환자 성명, 생년월일, 환자의 혈액형, 처방된 혈액, 혈액의 용량등을 확인하여 2인의 의료인이 확인하고 혈액기록지에 기록한다. 불출한 혈액은 30분 이내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normal saline 20ml IV , 페니라민 4mg 1A IV 하고 수혈을 시작한다. 부작용이 있었던 경우 스테로이드를 충분히 투여하기도 한다. 15분 후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특이 호소가 없을 시 수혈의 속도를 재조정하고 30분마다 관찰해야 한다. 보통 RBC 1 pint에 Hb 1 정도 상승하며 f/u CBC는 수혈 종료 후 1~4시간 정도 후에 나간다.

예를 들어 처방이 'RBC 2 pint 주세요. PC 15 pint 또는 pheresis 2 pint 먼저 준비되는 것으로 주세요.' 처방이 나면 PC 7~8 pint 가 pheresis 1 pint정도이고 pc는 한 번에 15 pint 정도 처방되므로 같은 용량, 먼저 되는 것을 투여하라는 의미이므로 둘 중 하나가 준비되면 나머지는 투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PLT수혈을 임상에서 full drop 하고 있는데 PLT제재는 투여하기 전에 부드럽게 흔들어주면 더 빠르게 투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가지 종류의 혈액 하루에 한 환자에게 수혈할 때는 혈소판에서 적혈구순으로 진행하게 된다. 

가끔 FFT나 cryo를 수혈하기도 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라서 타층에서도 문의전화가 많이 오는 내용이다.

FFP(fresh frozen plasam; 신선동결혈장제제)는 응고인자의 보충을 위한 치료적 투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침습적 처치 시를 제외하고는 신선동결혈장의 예방적 투여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1 pint당 1~2시간 투여하고 있다. 최대 4시간까지 투여가 가능하다. cryo(cyroprecipitiates; 동결침전제제)는 섬유소원의 결핍 및 기능이상과 관련된 출혈에 투여된다.

I/O를 측정하는 환자라면 수혈도 intake로 기록해야 하는데, 방사선조사 기준으로 적혈구 400ml는 180ml, 320ml는 160ml, PC는 각각 32ml  정도로 입력하고 있으며 pheresis는 혈액백에 기재되어 있는 실용량으로 입력한다. FFP는 137ml, cyro는 39ml로 입력하고 있다.


수혈 중 부작용은 꽤 흔한 일이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수혈 부작용은 15분 이내 발생하며 오한, 발열(38도 이상), 저혈압, 가려움, 흉통, 가려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을 수 도 있다. 이를 알레르기 반응 또는 아나필락시스반응이라고 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투여 중지. ‘잠그기’이다. 즉시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담당의 보고가 필요하다. 중재로는 수분공급, 산소투여,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에피네프린등이 투여될 수 있다. 즉각적인 처치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에게 큰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다만 수혈 후 한참이 지난 후에도 부작용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예후가 좋지 못하다. 최근에는 전일 수혈 후 콜라색 소변을 보는 환자가 있었는데, 수혈 후 전부 용혈 되어 소변으로 일부 배출되고 있었다. 환자는 Hb 5mg/dL이었지만 더 이상 수혈을 진행할 수 없었다. 환자의 항체가 수혈한 혈액을 모두 공격해서 발생한 용혈이었고, 수액만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CBC target을 조금 낮게 잡아서 반씩이라도 수혈을 진행했다. 단순 빈혈인 줄 알고 멀리서 입원했던 할아버지는 그렇게 영원히 집에 가지 못했다.




새해를 맞아 근무하는 중에,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음? 내가 뭘 했지? 입사하고 임상은 1년만 하려고 했는데 어영부영 두 번의 부서이동을 거쳐 여기저기 잔소리 나하고 있는데 닮고 싶다니.

입바른 소리 하지 말라고 괜히 핀잔을 주고는 돌아섰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나 보다.’하고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직까지 임상에서 일하면서 품속에 넣고 다니는 말들이다.


아주아주 쌩 신규간호사였을 때, 독립을 막 했을 때, 나는 인계받은 마이너스(-)가 뭘 해서 채워야 하는지 몰랐고 몰라서 더 바빴고 불안했다. 불안함을 감추는 법을 몰랐다. 뛰고, 또 뛰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환자 상태가 조금만 나빠져도 불안감은 커져만 갔고 독립하고 2달 만에 9kg가 빠졌다. 도저히 뭘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 궁지에 몰리니까, ‘그만둘 수 있다.’‘보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차지선생님은 아주 무서운 분이셨는데, 오늘도 점심을 못 먹을 것 같다고 하는 나를 붙잡고 얘기하셨다.


네가 뭘 하든 안될 일은 안 돼. 벌어질 일은 벌어져.
네가 물을 먹던, 화장실을 가던, 밥을 먹던
그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면 네가 막을 수 없는 일이야.



그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선생님이 맞았다. 내가 틀렸다. 어차피 내가  눈을 떼지 못해도 벌어질 일은 벌어졌다. 사람의 일은 내가 막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간호사도 사람이어서, 막을 수 없는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내가 환자를 잘 안 본 게 아니었다. 그걸 납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 이 이야기를 네 번째 프티에게 해줬다. 그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서, 신규선생님들이 한 번에 입사한 적이 있었다. 신규선생님과-신규선생님과-신규선생님이 인계하는 며칠을 거쳐 나에게 넘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좀 벅찼다. 다음 듀티선생님에게 겨우겨우 인계를 넘기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처음 혈종으로 로테이션되었을 때 나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던 선임선생님이  말을 건넸다. 나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경력자 월급을 왜 더 주는지 아니?
후임자를 도와주라고 주는 거야.


 

선임선생님은 무심한 듯 얘기하시곤 다른 얘길 이어나가셨는데, 뒤에서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선생님은 한결같았지' 생각했다. 태움이 아니라 정말로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 정말로 마음이 단단하고 후임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다. 마음먹었었다. 지금은 조금 비슷해졌을까? 이런 선생님 곁에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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