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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Mar 08. 2024

변화 패턴을 줄풍선에 비유해 보자면

괜찮은 상태인 건지 경조기가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조울증의 상태 변화는 줄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한참만에 수면 위로 올라와 드디어 땅을 밟고 걷고 있으면 내 손에 적당한 크기의 은색 헬륨 풍선이 달린 줄이 쥐어진다. 줄은 내 키만 한 길이이다.


줄을 잡고 천천히 적당한 속도로 걷고 싶지만, 이내 풍선이 바람을 타고 점점 빨라진다. 할 수없이 나는 풍선을 따라 끌려가고, 점점 더 빨리 뛰어야만 풍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게 힘겹게 뛰다 보면 풍선이 커지면서 하늘로 둥둥 조금씩 높이 올라간다. 나는 또 풍선에 딸려 올라가고, 마침내 줄이 뚝 끊어져버린다.


슈우웅. 나는 급속도로 추락해 바다에 풍덩 빠지고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 한참을 못 나온다. 그러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게 조울증의 상태 변화인 것 같다.






요즘 기분이 좋고 의욕이 넘친다.


분명 이 글을 처음 쓸 당시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없는데.
이걸로도 좋지 아니한가.


라고 애써 위로하는 말을 쓴 채로 서랍에 넣어뒀다.


그런데 요즘엔 에너지가 좋아 많은 일을 하고 싶고, 실제로 많이 벌이고 있다. 그래서 사실 좀 걱정이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 대다수가 아마 공감할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울할 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힘들다가도, 막상 의욕이 돌아와 일을 벌이기 시작하면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갈까 봐 굉장히 불안해진다.


하지만 불안은 불안이고, 이렇게 기분 좋은 활력이 도는 때는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을 즐기고 싶고, 나중에 후회할까 봐에 대한 걱정으로 무언가를 억제하기가 솔직히 많이 아깝다. 나름대로 쉬는 시간은 어느 정도 확보해 두었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볼 참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활동을 늘리는 건 안 된다. 일단 그것만 지키면서 하나하나 해보자!





+) 공감, 댓글, 구독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나더라고요.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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