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빠를 그렇게 행복하게 했을까?
만나기로 한 날 약속 장소에 가니 부모님께서 먼저 자리에 앉아 환한 얼굴로 맞아 주셨다. 우리도 늦지 않았고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한 발 늦었다.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외투 정리까지 하고 나서야 자세히 부모님을 봤는데, 세상에. 중절모, 고급져 보이는 니트와 바지까지. 아빠가 엄청 멋을 부리고 오셨다.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설레셨나 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는 아빠의 모습을 잠깐 상상했다.
우리는 여유롭게 음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빠는 함께 하는 내내 그 어느 때보다 무척 즐거워 보이셨다. 원래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답답해서 오래 못 있고 빨리 나가자 하시는데 그날은 달랐다. 행복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담소를 나누며, 연신 음식이 맛있다 칭찬하며, 직원이 와서 곧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걸 알려줄 때까지 장장 2시간 반 동안이나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해하셨다.
헤어지고 집으로 오며 '무엇이 아빠를 그렇게 행복하게 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일부러 생각하려던 건 아니고 아빠의 그런 모습이 낯설어 저절로 생각이 났다.
무엇이 아빠를 그렇게 행복하게 했을까?
자신이 주인공인 이벤트?
레스토랑의 만족스러운 퀄리티?
우리와의 즐거운 대화?
우리 부부와 엄마에게 각각 선물 받은 돈 봉투?
이런 것들도 물론 이유에 속하겠지만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이거였다. 아빠의 칠순을 엄마와 내가 아닌, 엄마와 우리 부부가 함께 축하했다는 것.
아빠는 사이좋은 우리의 모습을 보며 유난히 좋아한다. 그리고 내 남편을 좋아한다. 성격도 취향도 전혀 달라 대화가 잘 통하진 않지만, 언젠가 '가정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과 큰 동질감을 느끼며 호감도를 올리신 것 같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이신 것 같고. 아마도 아빠의 책임 범주에 나까지 있다가 이제 나는 내려놓으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책임감을 느끼는 아빠였으면 더 편했을 텐데.
나 또한 아빠의 칠순을 남편과 함께 축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은 쓸쓸한 축하 자리가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