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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Sep 01. 2022

닦아내고, 담아내는 연습

사진 한 조각, 일상 한 스푼

햇빛이 눈꺼풀을 건드릴 때까지 늦잠을 잔다. 알람은 맞추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다. 좋아하는 팝송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창문을 활짝 연다. 청소 밀대에 청소포를 끼우고 바닥 곳곳을 닦는다. 필요없는 물건은 모아 버린다. 바닥은 뽀송뽀송하고 책상 위는 빈 공간이 많아졌다. 정돈된 집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이 힘들게 출근하는 월요일에 연차를 냈기 때문일까.


집안을 정리하다보면 내 마음도 정돈된다. 집안이 깨끗하지 않으면 내 일상도 게을러진다. 이상한 일이다. 결국 내 삶을 돌보는 일의 시작은 청소란 생각이 든다. 청소를 하고 개운하게 씻으니 밖에 나갈 에너지가 생겼다. 동네 카페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긴다.


휴식엔 정해진 답이 없다. 소중한 휴가를 내어서는 멀리 놀러가지도 않고 동네에만 있는 것에 누군가는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내게 필요한 건 없는지 점검하고 나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붙잡아 글로 쓴다. 깨어있는 채로 내 삶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이다.


힘든 순간엔 늘 사람을 먼저 찾았다. 타인의 사랑으로 나를 채우려면 비어 있어야만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려 할수록 나는 작아졌다. 관심을 바랄수록 내가 힘들고 외로운 이유를 찾았다.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깨진 독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만이 부서진 조각을 이어붙여 구멍을 메꾸고, 금이 간 독이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챙기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요가를 하고, 집을 치우고, 밥을 잘 챙겨먹고, 잠을 제때 푹 자고, 정시 출근을 해서 일에 집중하는 그런 삶을 꿈꾼다. 꿈이 아니다. 지금도 비틀거리면서 이어나가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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