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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Nov 23. 2020

현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 <더 포스트>

당신은 지금 수많은 정보와 미디어 속에서 깨어있나요?


"현재 이 언론의 프레임(frame)과 목적은 무엇일까?"

"그러한 의도를 전제하면 내가 이 정보를 어느 정도 신뢰해야할까?"


영화 <더 포스트>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별력을 가지라고 소리친다.


매일 우리는 방대한 양의 뉴스를 접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에 의지하던 시대를 지나 제각기 손에 들린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의 소식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시비를 가리고, 그 진위를 판단하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때론 마주하기 힘든 진실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그 의무임에도 우리는 그동안 제 기능을 하는 언론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진정한 언론의 자세를 숙고하는 영화가 있다. <더 포스트>는 1971년 뉴욕 타임스가 ‘펜타곤 보고서’를 보도해 미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던 순간에서 시작된다. ‘펜타곤 보고서’에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숨겨왔던 베트남전의 실상이 담겨있다. 흔히 알려진 미국의 참전 계기인 통킹 만 사건이 모두 조작이었으며, 승산이 없는 전투임에도 거짓 명분을 내세워 수차례 파병을 하고 선거 조작, 거짓 선언으로 전쟁을 확대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닉슨 대통령은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법원 명령을 통해 후속 보도를 중단하게 했다. 당시 규모나 공신력의 측면에서 다소 뒤쳐져있던 신문사 워싱턴 포스트는 타임스의 뒤를 이어 후속 보도를 하게 될 경우, 발행부수가 떨어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문사의 운영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였다. 그러나 이들은 굴하지 않고 정부가 숨기려 했던 진실을 폭로한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한다." 더 포스트대법원 판결문      

신문사의 존립을 사이에 두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정부의 부당한 외압을 무릅쓰고 진실을 전하려 애쓰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된다. 기자이기 전에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동료이기에 자신의 목숨이 위협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의를 위한 선택을 하기 까지 고뇌의 시간이 있었으리라. 어느 시대에서나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위험을 감수한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역사가 새로 쓰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당시 작은 지역신문 수준이었던 워싱턴 포스트를 공신력 있는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성장 과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서프러제트>(2015), <히든 피겨스>(2016) 등이 대표적인데, 이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무려 한 신문사 발행인의 자리에 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경영, 의사결정 단계에서 배제되었던 그녀가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뭉클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더 포스트>는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이 한 영화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는 그들이 연기한 실존 인물의 걸음걸이, 말투, 습관까지 그대로 재연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1970년대의 분위기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35mm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으며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한 세트는 실제로 워싱턴 포스트에서 일했던 기자들마저 놀랄 정도였다고. 오늘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이 된다면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이 만나 탄생한 <더 포스트>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글 NEWLOOKS

사진제공 | 드림웍스 픽처스,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엠블린 파트너스, 파스칼 픽처스, 스타 스로어 엔터테인먼트, 파티시펀트 미디어, 20세기 폭스, 유니버설 픽처스,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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