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 싶은 가치를 담은 카피를 고민해보자.
포스터에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있고 한 문장이 적혀있다. 어떤 말이 적혀져 있을까? ‘가을 제철 과일, 사과’, ‘백설공주는 왜 사과를 먹지 않았을까?’, ‘애플 브랜드 로고의 기원’…. 적힌 글에 따라 포스터가 가진 목적과 방향성은 달라진다. 디자인에 있어 뛰어난 이미지만큼 영향력 있는 것은 함께 기록된 글이다. 상품이나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에 사용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을 ‘카피라이팅(copywriting)’이라고 한다. 카피는 광고뿐만 아니라 어떤 목적성이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카피가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데이비드 오길비의 일화가 있다. 데이비드 오길비, David Ogilvy, 1911-1999, 세계적인 카피라이터(copywriter) 오길비가 거리를 지나가는데 한 시각장애인이 푯말에 ‘저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써서 구걸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의 바구니는 비어있는 채로 있었다. 오길비는 그에게 다가가 푯말에 적힌 글을 수정해주었다. 그러자 바구니에 빠르게 쌓여가는 돈의 소리를 듣고 시각장애인이 오길비에게 물었다. ‘푯말에 어떤 말을 썼나요?’ 오길비는 대답했다. ‘지금 봄인데, 저는 앞을 보지 못하네요.’
이렇듯 잘 쓰인 카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이를 잘 보여주는 브랜드는 나이키이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 카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 카피를 기반으로 매 분기 캠페인 카피도 동일한 맥락을 가지고 설정한다. 2019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2020년 ‘우리의 힘을 믿어’, 2021년 ‘Play New’까지. 표현되는 카피는 다르지만 중심 가치가 ‘JUST DO IT’과 일치된다. 실제 나이키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제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공감하여 해당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인 상황에서도 카피가 가진 힘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 자신의 결백을 맹세하며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역설적이게도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사기꾼’이라는 단어와 카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국민들이 그를 ‘사기꾼’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이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로 발언을 할 때 언론에 보도되는 카피를 신중히 고려하며, 관점이 다른 곳으로 치중되지 않도록 유의하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한다. 구매는 옳다고 믿는 가치를 가진 물건을 소유하는 행동이다. 투표는 옳다고 믿는 가치를 정책으로 말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대상의 본질이 중요한 만큼 그 가치를 잘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카피라이팅은 그 가치를 극대화해서 표현해주며 세밀하게 집어내는 도구이다.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가치를 담은 카피를 고민해보자.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작이 될 것이다.
글 newl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