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룩스 Jul 14. 2021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투명한 감정 <더 파더>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안소니의 눈물에는 

나이듦에서 오는 슬픔과 거부감, 

혼란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다. 


한 인간의 고뇌를 다룬 영화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의 상실감,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아픔은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네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것이 아닐까. 영화 <더 파더>는 젊은 날을 뒤로하고 노년의 길을 걸어가는 주인공 안소니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85세의 안소니는 자신의 의지로 기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좌절하고 슬퍼하는 치매 노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극복하기 힘든 질병에 대한 연민 같은 것으로 점철되지 않는다. 안소니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자신의 기준에서 지극히 정상적이며, 안소니는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이 곧 확고한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안소니가 생각하는 사실과 실제 주변인들이 경험하는 현재는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충돌에 이르게 된다.     

안소니의 딸 ‘앤’과 앤이 고용한 간병인은 안소니를 정성껏 돌보지만 치매 노인의 눈에는 가까운 이들마저 하염없이 멀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사위를 보고 ‘낯선 남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가족의 입장에서 매우 슬픈 일이지만, 안소니 같은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증상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비슷한 사례들을 전해 듣곤 한다. 흔히 치매가 죽음보다 두려운 질병으로 표현되는 것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강제로 멀어짐에 대한 공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안소니 역은 윤여정 배우의 수상으로 화제가 되었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했다.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감독인 플로리안 젤러는 처음부터 안소니 홉킨스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안소니 홉킨스는 마블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의 오딘 역으로 유명한 배우인 동시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깊이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치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주변인들의 삶에까지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영화 <더 파더>는 제3자가 아니라 1인칭에서 서사가 진행된다는 특별함이 있다. 관객은 눈앞에 보이는 것과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 사이에서 주인공과 함께 혼란을 느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더듬어보게 된다.      


안소니 홉킨스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연기하여 평론가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딸 ‘앤’역을 맡은 올리비아 콜맨 역시 이번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경쟁을 치르기도 했다. 훌륭한 배우의 열연이 모여 비교적 좁은 장소의 제약마저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표정 변화나 눈동자의 작은 움직임이 관객에게 선명하게 전달한다. 또한 음향효과도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빠른 전개 속에서 중첩되는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여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안소니의 눈물에는 나이듦에서 오는 슬픔과 거부감, 혼란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다. 한 인간의 고뇌를 다룬 영화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안’을 건드리며 영화는 관객들을 미래의 어느 시간으로 데려간다. 아카데미 수상자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인생에 대해 탐구해보는 경험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 NEWLOOKS 

사진 제공 판씨네마(주)    

더 파더(The Father) / 플로리안 젤러 감독 / 영국, 프랑스


매거진의 이전글 소녀 브라이오니에 대하여, 영화 <어톤먼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