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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Aug 28. 2023

고등학교 재입학 '1살 차이' 괜찮을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둘 다 자퇴한 교육학 전공자의 개인적이며 전문적 칼럼

나는 고등학교를 반년 정도 다니다 자퇴하고, 이듬해 타 고등학교에 재입학했다. 거기서부터 다시 1학년으로 시작해 3년을 다니고 21살의 나이로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재입학할 때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교우관계'이다. 사회에 나와 보면 한 살이야 정말 별 것 아니지만, 한 살 단위로 선후배의 개념이 명확하고, 한 반에 30명 가까운 학생들이 전부 같은 나이인 학교에서 혼자 한 살이 많다는 사실은 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복교를 고민하는 분들이 나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 중에 하나가 "한 살 나이가 많아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이다.


우선 이전에도 학교에서 또래집단을 잘 형성해 온 학생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처음에야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매일매일 한 공간에서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것의 힘은 매우 강력해서 금방 편해진다. 나는 첫 고등학교에서 동갑 친구들과 고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오히려 재입학한 학교에서 한 살 어린 동생들과 학교를 다니며 더 빨리 친해졌다. 한 살 차이 난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뀐 것이 나에게는 더 큰 변화로 느껴졌다. 


나뿐만이 아니라 재입학을 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전 학교에서 또래집단을 잘 형성했다면 무탈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 모두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근데 이전부터 학교에서 또래집단을 형성해 오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이라면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사유는 다양하지만, 특정한 방해요인이 존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자퇴 이후 재입학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 방해요인이 해소되었을 가능성은 드물다. 거기다 '한 살'이라는 나이의 차이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면 이전보다 또래집단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만약 교우 관계를 중심으로 한 문제가 자퇴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면, 현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해소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생각으로 재입학을 결정하지 않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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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이가 한 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학교에 적응을 못 할까 봐 나이와 재입학 사실을 숨기는 것이 어떤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경우 단호하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사례에 비추어볼 때 나이가 한 살 많다는 사실은 어떻게든 들키게 되어 있다. 친구들과 함께 생활기록부를 발급해 보거나, 아니면 우연히 신체검사를 갔다가 표에 있는 출생 연도를 본다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 나이가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생년월일은 노출되는 곳이 많아서 나이를 속이겠다고 마음먹어도 1년이 가는 경우가 드물다.


거기다 SNS의 발달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나이가 쉽게 드러난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친구들, 과거 게시물에서 보이는 나이에 대한 단서들까지 아주 많은 부분에서 쉽게 나이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고등학생들이 친구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 교집합을 찾는 것이다. 교집합을 찾는 가장 흔한 방식은 함께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출신 학교와 함께 아는 친구를 묻는 과정에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금방 들키게 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사유들로 인해 나이를 속이고 입학하더라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이를 밝히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난하게 넘어간다면 다행이지만, 의도적으로 나이를 속였다가 제대로 친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이를 속였다는 게 들키면 꽤 곤혹스러울 수 있다. 


곤혹스러운 게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한 살 많은 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조금 친해지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형이어서 존대를 해야 하는 상황. 어떤 것이 더 친해지기 어렵겠는가. 아무래도 후자 쪽이 학교에서 또래 집단을 형성하는데 조금 더 어려움을 겪는다. 생각보다 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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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입학을 하기 이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짚어보고, 미리 생각해 둔다면 재입학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재입학을 고려하는 모두가 이상적인 재입학에 성공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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