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둘 다 자퇴한 교육학 전공자의 개인적이며 전문적 칼럼
우리 집안은 자퇴를 많이 했다.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 한 번씩 자퇴했다.
부모님 중에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분도, 대학을 자퇴한 분도 계신다.
동생은 대학교를 자퇴했다.
물론 지금은 각자의 길을 찾아서 잘 가고 있지만, 아직 정규교육 과정에 있지 않은 막내 동생을 제외하고는 다 한 번씩은 자퇴의 경험이 있다.
단연 우리 집안 이야기만이 아니다. 자퇴 상담을 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모님이나 손위형제가 자퇴를 경험한 사례가 많다. 그래서 같이 상담하는 선생님들과 "자퇴는 가족력이 아닐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제법 많다.
통계적에 비약을 조금 보태면 자퇴는 '가족력'이라고 할만하다. 확실히 손위사람이 자퇴를 했을 경우, 손아래사람의 자퇴를 할 확률은 유의미할만큼 높다. 그래서 오늘은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러면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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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를 한 번 경험한 집은 자퇴가 대단한 사건은 아니라는 점은 알기에 자퇴에 좀 더 관용적이다. 대체적으로 자퇴를 하기 이전에는 매우 두렵고 많은 것이 변화할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막상 자퇴를 하고 나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자퇴를 경험한 집안이라면, 첫 번째 자퇴를 결심할 때보다 두 번째 자퇴를 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부담의 크기가 작다. 그렇기에 자퇴를 할 만한 요인이 발생했을 때 더 쉽고 빠르게 자퇴를 선택하기에 이미 자퇴를 한 사람이 있는 가정은, 또 다른 사람이 자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더 쉽게 하는 듯하다.
가정에 자퇴를 하고 나서 성공적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자기 삶을 찾아 간 케이스가 있으면 더 쉽게 자퇴 결정이 이루어지곤 한다. 자퇴의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부정적인 편이지만, 자퇴의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케이스를 곁에서 지켜봤다면 아무래도 자퇴를 선택함에 있어 두려움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애초에 집안 분위기 자체가 자유로운 경우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대체적 사고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중요시하고, 정규교육과정의 필요성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가정에 비해 자퇴라는 주제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쉽게 자퇴를 선택할 수 있기에 한 가족 내에서 자퇴를 하는 사람이 여럿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자퇴를 한 번 경험한 가정이, 또 다른 구성원의 자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사실 별로 특별하지 않을 일이다. 부모님의 꿈이 자녀의 꿈이 되기 쉬운 것,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이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기 쉬운 것과 대체적으로 같은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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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자퇴에 대한 경험이 있는 집은 다른 구성원의 자퇴 확률이 확실히 높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집에서 첫 번째 자퇴생이 나오고 나면 부모님들은 긴장이 되기도 한다. 첫 번째 자퇴에 이어서 동생들까지 줄줄이 자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미연에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첫째를 절대 자퇴를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부모님도 계시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자퇴를 했다고 해서, 다른 형제자매까지 성급하게 걱정하지는 말라고 한다. 집에 자퇴한 사람이 있다고 한들 자퇴는 정말 큰 결정이다. 집에 자퇴한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리하여 자퇴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낮다고 한들, 절대 그 자퇴가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퇴 후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특정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더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한 번 자퇴하는 손위형제를 보고는 자신은 절대 자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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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 집에서 여러 명이 자퇴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두 번째 자퇴는 첫 번째 자퇴에 비해서 일반적으로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자퇴 이후의 삶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자퇴 이후 많은 청소년은 방황을 한다. 하지만 가정에 먼저 자퇴를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경험한 시간들과 해결한 방법들을 고스란히 보고 들었기 때문에 목표와 경로 설정이 안정적이다.
또한 자퇴는 혼자 고립된 느낌을 주기 쉽다. 자퇴라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을 찾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퇴를 경험한 또 다른 사람이 가족 중에 있고, 가족 전체가 자퇴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고립된 느낌을 받을 가능성도 훨씬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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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한 가족 구성원의 자퇴는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것은 영향일 뿐, 자퇴의 본질에는 자퇴를 결정하는 그 혹자가 핵심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종종 가정에서 두 번째 자퇴를 경험할 때, 학부모가 "언니를 따라서 자퇴하려고 한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본다.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이 이유인 경우는 없다.
자퇴의 '가족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 '가족력'에 초점이 맞춰져 대화가 흘러간다면 자퇴에 대한 대화가 본질에 닿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정도를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 확대해석하여 혹자의 자퇴에 대해 넘겨짚으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자퇴에 대한 모든 지식은 대상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