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둘 다 자퇴한 교육학 전공자의 개인적이며 전문적 칼럼
나는 중학교 2학년 개학 첫날에 자퇴했다.
그러고 친구들과 같은 나이에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으니 2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이다.
2년 동안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당시 잘 챙겨주던 멘토 선생님을 따라 대학교에서 놀거나, 자전거 동호회 아저씨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나는 또래 친구들이 즐기는 문화에 대해 무지했고, 소통하는 방법도 매우 미숙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노래방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니 정말 문외한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감성도 너무 대학생/아저씨 감성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생들과 보내거나, 아니면 자전거를 함께 타는 아저씨들과 시간을 보내니 당연한 것이었다. 작은 행동과 말투까지 학생보다는 그 당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
.
.
고등학교에 입학 한 첫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강당에서 반 배정을 받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내 옆에 앉은 친구가 너무 당연하단 듯이 나한테 반말을 하는 것이었다. 밖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라면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던 처음에 존대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반말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정신을 번뜩 차리고 평범한 학생들과 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당연하단 듯이 반말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남고여서 그런지 표현과 행동도 과격했다. 말투와 행동 모두 친구들끼리는 할 수 있으나, 밖에서 사회인으로서의 만남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들이기에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평범해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그들처럼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것은 티가 나는 법이다. 학우들의 행동에는 있는 자연스러움이 나에게는 결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억척스럽게 연기를 하는 것이 더 이상한 듯하여 연기는 그만두고 그저 조용하게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고등학교에 등교한 첫 주에 일어난 일들이다.
조용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떤 반에나 조용한 친구들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정말 문제는 누구랑도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시내를 나가서 무엇을 하더라도 나는 능숙하지 못했다. 모두가 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에 가더라도 나는 아이디부터 만들어야 했고, 당구장에 가더라도 처음부터 배워야 했고, 노래방에 갈 때면 리모컨을 누르는 방법부터 배워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울리는 듯하던 친구들도 빠르게 멀어져 갔다.
학교 밖에서 놀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은 매우 익숙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단체로 하는 축구나 농구는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별로 해볼 일이 없는 것들이다. 그런 학교 안에서는 해볼 일이 많지만, 학교 밖으로 나가면 해볼 일이 없는 것들에서 미숙함을 보이며 점점 학교 안에서도 겉돌게 되었다.
물론 고등학교는 중학교에 비해 사회화가 되어 있어서 나와 같이 학교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다지 다니기 힘들지는 않았다. 스스로 괴로운 쪽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럼에도 한 번 멀어지기 시작하면 특별한 기회가 없으면 다시 가까워질 수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고, 학교 생활은 계속 내리막을 달리는 듯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에는 좀 더 많은 사유들이 있지만, 이와 같은 부적응이 고등학교 자퇴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중학교 자퇴 후 오랜 공백 끝, 나의 고등학교 입학은 실패한 것이다.
.
.
.
나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중학교 자퇴 이후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아니라도 오랜 기간 공백 끝 제도권 교육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꼭 많은 준비를 하라 권하고 싶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밖에 있더라도 학교 안에 있는 친구들과, 혹은 학교 밖에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또래들과 소통하는 감각을 계속 유지하고, 또래들의 문화를 충분히 향유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만약 은둔형 등으로 오랫동안 또래 친구들과 단절이 되어 있었던 상태라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하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찾아서 지역사회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동아리로 모인 경우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르게, 잘 친해질 수 있다. 잘 활동하고 단순한 동아리를 넘어서 친구의 관계로 발전하여 시간을 보내본다면 학교로 돌아갔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 입학한다면 의도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말하듯 학교는 작은 사회이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학습을 강요당할지는 모르지만, 관계를 강요당하지는 않는다. 학교 안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온전히 학생 개인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끝 학교에 돌아가는 혹자는 분명히 학교에 적응하기에 미비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미비함이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혹은 선한 누군가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냉정하게 요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해 본, 오랜 공백 끝 고등학교 입학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철저한 준비와 많은 노력 끝에 원하는 대로 학교에 적응하여 행복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모두에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