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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차 May 19. 2020

왕따의 추억

넷플릭스 ‘인간수업’

*주의 : 인간수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친구들의 입소문을 듣고 위시리스트에 체크만 해뒀던 인간수업을 밤에 야금야금 보기 시작해서 어제 정주행을 마쳤다. 내가 간만에 몰입해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걸 옆에서 지켜보던 마느님이 ‘ 좋은데, 욕설의 비중이 너무 심한것 아니냐? 학교 다닐때 저렇게 욕쓰는 애들은 못본것 같다.’ 했는데, ‘?  많이 봤는데.. .. 내가 워낙 야생(?)같은 학교를 다니긴 했지...’라고 대답하며 지옥같았던 중학교시절을 희미하게 떠올렸다.

쉬는시간이면 자욱한 담배연기로 가득했던 화장실. 가뜩이나 담배연기때문에 숨쉬기도 힘든데, 일진들을 피해 안전한(?) 화장실을 찾아 돌아다닌 기억, 사소한 괴롭힘과 구타가 두려워서 집에서 일찍 등교길을 나섰음에도 학교 주변을 뱅뱅돌다가 조회시간에 맞춰서 교실에 들어갔던 기억. 새로산 샤프를 두고 화장실에 갔다왔더니 물건이 사라져있거나 샤프 끝이 구부러져 있어 못쓰게 되었지만, 어디하나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소위 말하는 ‘왕따 기억들이다.  지옥같던 하루하루를 위로했던건 방과후 집앞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있던 오락실과 중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던 포켓몬스터 게임 팬페이지였는데, 그마저도 오락실을 들어갈땐 일진들이 안에서 놀고 있는지 눈치를 보며 들어갔었다.

 지옥같던 왕따의 순환고리를 끊어냈던건 결국  자신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맞고 당하는게 너무나 억울해서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옆에 있던 책걸상을 휘두르며, 나를 괴롭히던 애들에게 필사적으로 저항을 했다. 한두번의 저항으로 끝났다면 계속 밟히던 쩌리가 되었겠지만, 끈질기게 저항하고 ‘지랄했던끝에 나는 그들로부터 ‘맘먹고 괴롭힐수는 있지만, 건들면 성가셔지는 아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여 괴롭힘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있었다. 아마  뼛속 깊숙이 자리잡은 반골기질은 이때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 오지수의 주변에는 그를 충분히 진심을 다해 도와줄만한 여력이 있는 ‘착한 조력자들이 나온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착한사람들은 결국  비극의 고리를 끊는데 실패하고 만다. 나야 운좋게 스스로 고리를 끊어내고 건전한 취미(?) 스스로를 달래며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건 훨씬 쉬우며, 한번 빠져들면 착한이들의 도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좋은 연출과 각본으로 보여준다. 좋은 작품이면서 찝찝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인간수업 시즌2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이 자신이 초래한 비극에 대한 완결성이 맞춰진 지금 상황에서 이야기를  이어버리면, 애초에 의도했던 청소년 드라마가 아닌 평범한 ‘범죄드라마 2’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다른 주인공, 다른 이야기들로 ‘인간수업 이어가는 편이 나을 것인데, 현실에서 뽑아서 만들  있는 이야기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게 그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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