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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Apr 13. 2023

딜레마

- 편히 밥 한 끼 먹고 싶네요 -


올해 우리 반은 자잘 자잘한 일들이 많다. 남학생들은 우리 딸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초등학생느낌의 자잘함(종이 접고 붙여 동물친구들을 만드는..)이 있고, 여학생들은 딱 중2의 새침함(친구들끼리 무리를 만들고 티 나게 배척하진 않지만 딱히 친하지도 않아서 어색한..)에서 오는 자잘함이 있다.


며칠 전부터 여학생들이 계속 급식 시간에 자리를 바꾼다. 우리 학교는 번호대로 급식을 먹는데, 우리 반은 3월은 1번부터, 4월은 21번부터, 5월은 11번부터, 이런 식으로 돌아가며 먹는다. 이미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자리를 바꿔 청소 중이고, 오늘은 다시 그 아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핑계로 맨 뒤에 뭉쳐 줄을 서 밥을 먹었다.


밥도 굳이 꼭 번호대로 줄 서서 먹어야 하나 싶다가도, 그 어느 누구 한 명은 밥이라도 편히 먹었으면 싶다. 감정에 솔직한 건 좋지만 날것을 드러내 상대를 상처주진 않았으면 싶다. 싫어도 끝이 있는 일이라면 견뎌보기도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편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 적은 회복적 성찰문을 보냈다. 부모님과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라 일렀다. 부모님께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부터도 잘 모르겠다. 괜히 핑계 삼아 부모님께 문제를 떠넘긴 것 같기도 하고. 마음 한 켠에 계속 찜찜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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