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곧
법적으로 이혼이 확정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벌써 1년이 되었나' 라는 마음보다는
여러나라에서 5개월간 지내기도 하고
자궁 적출 수술도 하고
재활로 달리기와 수영을 시작했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며 지냈더니
1년이 짧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혼 후
나의 1년은
다채롭고 풍성하고 행복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얼마전
사촌언니가 시험관시술을 통해
임신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시험관 시술 자체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특히 40대에 도전한 언니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런데 엄마가 말하길
고모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미안해했다고 한다.
비단 고모뿐만 아니라
엄마 지인들이 자녀들의
결혼과 임신, 출산 소식을 전하면서
엄마의 눈치를 보거나 미안해한다고 한다.
언니는 딩크를 예전부터 선택했고
동생은 아직 미혼이니
결국 그 미안함은
난임과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한
나로 인해 발생하는 것임을
짐작으로 안다.
배려와 동정, 연민, 안타까움
그 사이 어딘가의 마음일 것이다.
솔직하게 나는
그런 그들의 시선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정말 괜찮다고 해명을 하는데 힘을 쓰지 않고
나를 위한 그 마음을 고맙게 받겠다고
웃으며 말 할 수 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따지면
13년이다.
수없이 많은걸
도전하고
배우고
경험하는
황금같은 청춘의 시기를 함께한
전 남편의 이야기를 빼면
나에게 추억과 경험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데
그 아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깊고 진하게 배어있다.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니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태보다는
좋은건 좋은대로 싫은건 싫은대로
이야기하고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대수롭지 않게 내가 여기니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전남편을 말하는 편이다.
브런치에 이혼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1년 전과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초창기 글에서는 분노와 울분, 억울함 등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자기성찰의 성향이 더 강하다.
언젠가부터 이혼에 대해 글을 쓰기보다는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에 대한 글이 더 쓰고싶어졌다.
그래서 이혼에 대한 글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만 쓰려한다.
이혼에 대한 그동안의 글을 지우지 않는 건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아마 그 누군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 일듯 싶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저씨 대사로 인사를 해야겠다.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편 들어줘서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Play list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게
참 별것 아닌 일들 같은데
그래, 우리 참아왔던
서로의 이야기들도
그대로 아름답게 흘려보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렇게 말할 수 있네
안녕
안녕 어반자카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