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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일도만 Aug 07. 2024

안녕, 너 없이도 잘 살아볼게

자궁적출을 앞두고 나의 자궁에게 인사를 하다

아주 오랫동안

애증의 관계였던

너와 이별을 하려 해.


사랑했지만

이젠 보내줄게.


더 이상 너와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지만


너를 더 붙잡기엔

너무 지쳤고

고단하다.


항복이다.


너와 함께여서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다.


한때 나는

너가 나의

정체성이라고 여겼다.


한때 나는

너가 나의

존재의 이유라고 여겼다.


그러나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너 없이도 사랑을 꿈꿀 수 있다고


이제는 그렇게 믿고 싶다.


너와의 에피소드는

그동안의 내 인생이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고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내 몸과 정신을

뒤틀고 흔드는 너의 거센 방황을 견디기엔

또 다른 나의 인생이 너무 안쓰러워

이제는 너를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게

보내주려고 한다.


그래도 너를 만나

행복했고 고마웠다.


안녕, 나의 자궁아




만 나이로 36살.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애매한 나이이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는 역시 많은 나이다.


초경을 시작할 때부터

부인과 진료를 봐야 했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알 수 없는 부인과 질환으로

질병결석이 수없이 많았다.


하혈도 많이 했고

그로 인해

빈혈로 쓰러져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내가 결혼 후 20대 후반부터 난임병원을 다녔던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도 한 몫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의 긍정적인 면이 보이긴 한다.

혼자라 좋은 점은

선택이 간편해졌다는 점이다.


여러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여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자궁적출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결혼기간 동안

인공수정과 시험관시술을 7차례나 해보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보았다.

전남편의 정자기능도 좋지 않았지만

사실 나의 자궁이 더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싶어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했고

간절한 마음에 조금 더 무리해서 호르몬을 처방받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부분도 있다.


시험관시술 실패 후에는 매번

응급실 행이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마약성 진통제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복통과 요통, 다리저림등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올 초 태국에 있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하혈과 하복통으로 고생을 했고

긴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와 진료를 보았다.

임시 치료 후 일정상 다시 해외로 나갔지만

부인과 진료 후 자궁선근증 진단을 받았다.


보통 자궁적출 수술은

출산을 모두 마친 여성들이 선택한다.

미혼이거나 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진통제와 다른 대체 치료로 통증을 버텨본다.


사실 나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자궁적출을 선택한 건 아니다.

아직도 나의 아이를 낳아보고 싶고

또 새로운 사랑도 하고 싶다.

자궁이 없다고 사랑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인연과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혹시나 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과 소원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통증이 있다.


일상생활이 어렵고,

앉거나 누워도 쉽게 나아지지 않으며

진통제 없이는 한 시간 버티기도 어렵거나

혹은 진통제조차 말을 듣지 않는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내가 꿈꾸는 희망찬 미래도

평범한 오늘도 모두 망가뜨렸다.


결혼도 안 해보고

시험관시술도 수차례 안 해봤으면

수술결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살면서 더욱 와닿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적은 법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아쉬워하지 말아야지.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날들을

앞으로 할 수 있는 근사한 일들을

상상해야지.




Play list


긴 하루가 저문 이 거리

나 무심코 바라본 하늘엔

다 잊었다 말하던 꿈들

붉게 물든 마음


Cause I want to be free

and want to be free

모두 다 사라져도

부는 바람만은 내 곁을 머문다


바람에 머문다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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