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일도만 Jan 13. 2024

이혼을 위로해준 철학가

이혼 후 일상 살아가기 2편

이혼 후 태국 방콕으로 온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혼자였던 것은 아니고

내가 당분간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

몇몇의 친구들이 돌아가며 방콕으로 놀러왔다.


오롯이 혼자였던 시간은 2주정도 된 것 같다.


20대때 혼자 배낭을 메고 인도와 네팔을 한달 반 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도 그 자식과 연애하고 있을 때였지만

그 자식은 배낭여행과는 거리가 먼 관계로

이런 여행들은 매번 혼자 떠났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인도 바라나시에서부터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김종욱이 있을까 가봤던 블루시티 조트푸르

인도의 신혼여행지 화이트시티 우다이푸르

낙타를 타고 별 찾아 떠났던 자이살메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관문인

멋진 호수의 도시 네팔 포카라까지

나의 긴 여정을 함께 해준 소중한 여행 메이트는

오디언 도서관이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의 선배격이다.


그때 즐겨들어

한국 돌아와서 구매한 책이

'청춘의 인생철학' 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몽테뉴

파스칼

쇼펜하우어 등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말들을 모아둔 것이었는데

성우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색하는게 정말 좋았다.


방콕에 와서도 나는 같은 취미를 즐긴다.

이번에 꽂힌 철학가는 바로

'니체'이다.


니체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처지의 삶을

무한 반복해서 사는 운명을 짊어졌다고 하며

'영원회귀'를 말했다.


자칫 잘못 이해하면

허무주의로 오해할 수 있지만

니체는

무한 반복되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기 안의 '힘의 의지'를 발견해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초인이라는 이상적 인간형을 함께 제시했다.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이 옳고

그가 말하는 모든것을 따라야 한다는게 아니다.


내가 공감하는 것은

절망을 극복하는 긍정의 철학이다.


나보다 더 먼저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뇌했던 사람들의

견해를 빌려와

셀프 심리치료를 진행중이다.



그래, 초인이되자




어차피 니체의 말처럼

그 자식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이 과정이

내게 정해진 운명이고

이게 무한히 반복되는 삶이라면

그 자식과의 이혼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그런 자식과 인연을 여기에서 멈출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배우자의 외도 이후에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눈물 참으며 노력했던

'나'란 사람의 됨됨이와 가치를 내 스스로 칭찬하자.


관계에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었던 것처럼

주어진 인연을 진심을 다해 소중하게 대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을

쓸쓸하고, 처량하게 생각하지말고

자유롭고, 차분하게

삶의 순간들을 잘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자.



크리스마스 이브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과 함께하는 날


방콕의 레스토랑들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와인이 마시고 싶었다.


예약도 하지 않은채

집 앞 Bar에 방문했다.


이미

커플, 친구모임, 가족모임 등으로

만석인 듯 했다.


혼자 왔는데

자리가 있냐고 묻고

다행히 야외 테이블에

한 자리 남은 곳이 있었다.


사실

바로 들어가진 못했다.

멀리서 한 바퀴를 돌며 서성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와인 한 잔과 치즈플래터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원래는 치즈플래터까지만 주문하려 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와서 자리차지 한다고 생각할까봐

더 시켰다.


아직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긴한다.


그래도 와인 한 잔 마시니

긴장이 풀리고

잔잔히 들리는 캐롤도 즐긴다.

이리저리 고단했던 나의 한 해와

작별을 고한다.


고된 나의 2023년이여 안녕


아직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혼자 재밌게 잘 지내봐야지


 


play list


잘 생각해보면

지금 이런 두려움 따윈

짧은 생의 작은 점일 뿐

주저앉아 웅크릴 필요 없잖아


먼지처럼 툭 가볍게

다 털어낼 수 있잖아

옛일 인 듯 기억조차 없는듯

선물같은 내일만 생각하면서

웃는거야

그래 그렇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일 아냐

흔한 일이잖아

이젠 너 인것 같아

늘 그렇게 웃어.


서영은 웃는거야








 

작가의 이전글 이혼의 흔적을 지워야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